심장병 치료 개척 의사의 '엽기적 실험'은?

[서동만의 리얼하트 #1]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올해 초 해외 토픽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뉴질랜드에 사는 29세 여성이 자신의 옛 심장을 지퍼 백에 담고, 이를 영상으로 만들어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것이다. 이 여인은 4년 전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시간이 흐른 뒤 수술 전의 병들었던 심장을 병원으로부터 전달받아 합법적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 손으로 자기 심장을 만질 수 있다니! 마치 저 멀리 달나라에 가서 옥토끼를 만나고 왔다는 이야기 같지 않은가?

심장은 자신의 손바닥을 가슴에 가만히 대기만 해도 박동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매우 가까이 있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 두께의 가슴뼈가 보호하고 있어 겉에서 촉진과 청진 만이 가능하다.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에 관을 넣어 사진을 찍고 검사나 투약을 하는 등의 행위가 처음 시도된 것은 1929년이었다. 독일의 외과의사 베르너 포르스만(Werner Theodor Otto Forßmann)이 자기 팔에 있는 정맥을 통해 관을 삽입하여 우심방에 이르게 하고 X레이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심장병의 진단과 치료에 선구적인 시도를 했지만 주위에서는 이를 엽기적인 행위로 여겨 동료들도 가까이하기를 꺼려했다고 한다.

그는 외과에서 비뇨기과로 전공을 바꿔 작은 시골에서 개원하고 지냈다고 한다. 27년이 지난 1956년 그에게 노벨상 생리의학상이 수여됐다. 심도자법 개척을 위한 그의 ‘살신성인’은 제대로 자리매김됐다. 이후 인공 심폐기가 개발됐고, 1953년 미국 흉부외과 의사 존 기본(John Gibbon)은 사람의 개심술(開心術)에 성공했다. 1967년 남아공화국의 흉부외과 의사 크리스티안 바나드(Christiaan Barnard)는 환자의 병든 심장을 제거하고 뇌사자의 건강한 심장을 이식하는 심장이식 수술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인류가 최초로 달에 가서 달의 물질을 가져온 것은 1969년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이 달 착륙에 성공했기에 가능했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지구 표면을 박차고 하늘을 나는데 성공한 지 60여 년의 세월 동안 이루어진 역사였다. 우리가 감정의 근원이라 믿던 심장을 만지고 문학 속의 달이 과학적 시료가 되는 과정은 여러 면에서 닮았다.

첫 개심 수술이 성공했던 스토리로 돌아가 보면, 기본 박사가 20여 년의 집념으로 인공 심폐기를 개발하고 많은 동물 실험을 거쳐 인체에 적용하는 데 성공한 것은 1953년, 18세 심방중격 결손증 환자에 대한 수술이었다.

이보다 한 해 전인 1952년 체중 5 Kg의 심방중격 결손증 환아(15개월)에 대한 수술이 시도됐지만, 수술 소견 상 심방중격 결손은 없었고 환아는 숨졌다. 이후 부검에서 동맥관개존증으로 진단됐다.  지금 잣대로 보면 어이없는 일이었다. 역사의 첫 걸음은 무거웠던 것이다.

"2012년 수술 후 12년이 지난 후에도 건강을 유지하는 이 심장의 나이는 15세일까? 39세일까?"                                           좌심형성 부전증 환아(3세, 12kg)에게 성인(27세, 52 kg) 심장을 이식한 전후 흉부단순 촬영사진. (가)수술 전 인공심폐보조장치 (ECMO) 및 인공 심박동기 거치 상태(빨강 화살표: 동맥관, 파랑 화살표: 정맥관), (나)수술 다음날(심장 음영이 커 보임), (다)수술 5개월째(성인 심장이 소아에 적응됨).

신생아의 약 3%가 각종 선천성 질환을 앓는다. 선천성 심장병은 아기의 0.8~1.0%에게 생겨 전체 선천성 질환의 가장 많은 비율(30% 안팎)을 차지한다.

20세기 중반까지 지구상에 태어났던 대부분의 선천성 심장병 환아들은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아보지 못하고 매우 일찍 세상을 떠나야 했었다. 지난 70여 년의 세월 동안 심장 수술 분야는 크게 발전하여 약 150여 종류의 진단 조합과 이에 대한 250여 가지의 수술 기법이 가능해졌다. 이 덕분에 대부분의 환아들은 성공적으로 치료받고 성인이 된다.

수술받기까지 긴 터널과 수술 실패율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선 아이들은 축복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환자들 심장의 모든 구조적, 기능적 문제가 100%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심장에 문제가 없이 태어난 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는 바다를 항해하는 것이라 한다. 행복의 나라를 향해서, 또는 고해 그 자체를... 이제 수술받은 환자들이 검색을 통해 각자의 나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절이다.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는 마음의 창(心窓)을 가진다면 그 항해에 좀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서동만 교수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