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보면 알츠하이머인지 알 수 있다?
86명에게서 수집한 망막과 뇌 조직 샘플을 조사한 결과
알츠하이머 병은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파괴한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 단일 테스트는 없다. 최신 치료법은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이어서 조기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와 인지 변화를 망막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더스시나이메디컬센터 연구팀은 망막 변화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및 인지 변화와 어떻게 일치하는지 분석했다. 이는 인지 장애의 초기 단계에서 알츠하이머 병이 망막에 미치는 복잡한 영향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시니어 저자 마야 코론요-하마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이 인간 망막에 미치는 단백질 프로파일과 분자, 세포, 구조적 영향 및 뇌와 인지기능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심층 분석을 제공한 최초의 연구”라면서 “질병을 더 일찍 정확하게 진단하고, 눈을 통해 병의 진행을 비침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영상 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1 저자 요세프 코론요 연구원은 “뇌의 발전적 확장인 망막은 중앙 신경계를 비침습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알츠하이머 병과 가벼운 인지 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망막에 독성이 강한 단백질이 축적되어 세포의 심각한 퇴화를 일으키는 것을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14년 동안 기증자 86명에게서 수집한 망막과 뇌 조직 샘플을 조사했다. 이는 지금까지 연구된 알츠하이머 병과 경도 인지 장애를 가진 환자 그룹 중 가장 큰 규모의 망막 샘플이다.
연구팀은 정상 인지 기능을 가진 기증자의 샘플을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부터 가벼운 인지 장애를 가진 사람, 후기 단계의 치매를 가진 이들과 비교했다. 또 환자들의 망막 특징을 탐구하고, 염증과 기능적 세포 손실의 마커(표지자)를 측정하고 지도를 그리고, 망막과 뇌 조직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벼운 인지 장애와 알츠하이머 병 환자의 망막에서 발견된 것은 다음과 같다:
-알츠하이머 병 환자들의 뇌에서, 함께 뭉쳐 뇌 기능을 방해하는 플라크를 형성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42’ 단백질의 과다
-망막에서 시신경으로 시각적 입력을 연결하는 세포인 신경절 세포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단단히 둘러싼 미세아교세포라고 불리는 면역세포와 성상세포가 더 많음
-망막과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미세아교세포는 80%나 더 적음
-염증, 세포, 조직 사멸을 담당하는 특정한 분자 및 생물학적 경로
코론요 연구원은 “망막의 이러한 변화는 기억, 내비게이션, 시간 인식의 중추인 내장 및 측두피질이라고 불리는 뇌의 부분의 변화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망막 변화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단계와 환자의 인지 상태와도 상관관계가 있다. 이 변화는 인지적으로 정상이거나 아주 약간 인지가 손상된 사람에게서도 발견됐다. 이들 요인이 훗날 인지력 저하의 초기 예측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동저자 루스와 로렌스 하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이 망막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준다”면서 “이같은 변화는 뇌의 변화와 일치하고 장애의 초기 단계에서 감지될 수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병에 대한 새로운 진단과 새로운 형태의 치료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는 《신경병리학》(Acta Neuropathologica)에 발표됐다. 원제는 ‘Retinal pathological features and proteome signatures of Alzheimer's dis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