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배신? "심장병 위험 2배 ↑"
저탄고지식단 섭취자, 저밀도지질단백질 수치 높게 나타나
저탄수화물 고지방(저탄고지) 식단으로 알려진 ‘케토 다이어트’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장마비 및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2배로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와 세계심장연맹(WHF) 공동 학술대회에서 소개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의 발표문을 토대로 CNN이 보도한 내용이다.
“탄수화물이 적고 지방이 많은 식단을 지킨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고 심장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자인 이울리아 아이아탄 박사는 말했다. 그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장·폐혁신센터의 건강한 심장 프로그램 예방 클리닉 연구원이다.
아이아탄 박사는 "우리 연구는 심혈관 예방 클리닉에서 이 식단을 따르는 중증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했다“고 밝혔다. 고콜레스테롤혈증(Hypercholesterolemia)은 심장마비 또는 기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연구진은 영국의 UK바이오뱅크의 건강데이터에서 10년 이상 저탄고지식단을 섭취하는 305명의 식단과 표준 식단을 섭취하는 약 1200명의 식단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저탄고지(LCHF) 식단을 일일 총 칼로리의 45%를 지방에서, 25%를 탄수화물에서 섭취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연구진은 저탄고지식단을 섭취하는 사람들의 저밀도지질단백질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LDL로 알려진 저밀도지질단백질은 콜레스테롤과 그 위에 입혀지는 아포지단백B로 구성된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심장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또 저탄고지 식단 섭취자의 총 지방섭취량이 포화 지방에서 더 높았고 동물성 지방 섭취량(33%)이 대조군(16%)에 비해 두 배 더 많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평균 11.8년 동안 추적 관찰을 토대로 당뇨병, 고혈압, 비만, 흡연 등 심장병의 다른 위험 요인을 조정한 결과 저탄고지 식단을 따르는 사람은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 동맥 막힘, 심장마비, 뇌졸중, 말초 동맥 질환 등 여러 주요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참가자의 대부분(73%)이 여성이었다. 이는 "매우 흥미로운 결과이지만 일반적으로 여성이 더 많은 식이 패턴을 따르는 경향이 있고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더 관심이 많다는 기존 문헌을 뒷받침하는 결과이기도 하다”라고 아이아탄 박사는 말했다.
대부분의 건강 전문가들은 신체가 지방을 연료로 연소하도록 하기 위해 탄수화물을 금지하는 케토 다이어트가 과일, 콩, 콩류, 통곡물과 같은 건강식품을 차단한다고 지적한다. 케토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하루에 20~50g으로 제한한다. 중간 크기의 바나나나 사과 한 개는 탄수화물 27g 정도이며, 이는 하루 전체 허용량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식단과 주요 심장 질환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줄 수 있을 뿐 인과 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면서도 “특히 미국인 5명 중 약 1명이 저탄수화물, 케토 유사 또는 완전 케토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보고한 만큼 더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케토는 케토시스(ketosis)의 약자다. 케토시스는 간이 저장된 지방을 이용해 케톤을 에너지로 생산하기 시작할 때의 대사상태를 말한다. 간은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을 선호하는데 탄수화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면 축적된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한다.
케토 다이어트는 1920년대 한 의사가 다른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뇌전증 어린이의 발작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우연히 발견했다. 케토와 같은 저탄수화물 식단은 포만감을 채우기 위해 지방에 크게 의존한다. 케토 식단의 최소 70%는 지방으로 구성되며, 일부에서는 90%에 달한다.
아보카도, 두부, 견과류, 씨앗, 올리브 오일 같은 건강한 불포화 지방을 통해 지방을 섭취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케토 다이어트는 라드(고체화한 돼지기름), 버터, 코코넛 오일 같은 포화 지방과 지방을 제거하지 않은 전지우유, 치즈, 마요네즈도 허용한다. 포화 지방이 많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동맥 내부에 쌓여 심장과 뇌로 가는 혈류를 제한할 수 있는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