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외면하는 사람 Vs 자기 경험만 믿는 사람
[이성주의 건강편지]
일요일에 대한골프의학연구회의 월례 워크숍에 참가해 선정형외과의원 선승덕 원장의 ‘칸트순수이성비판과 골프’ 특강을 들었습니다. 인류 최고의 수면제 ‘순수이성비판’을 현대 뇌과학으로 설명하니, 헉! 잠에서 깰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선 원장은 순수이성을 일종의 다차원적 벡터로 설명하고, 골프 실력도 벡터 기반의 이성과 경험(연습과 라운딩)의 상호작용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한동안 기억에서 사라졌던 칸트의 명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용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 지각(知覺)에 기반한 직관만 인정한 경험론과 선험적 이성만 고집한 합리론의 한계를 지적한 명문이지요?
18세기 칸트의 말과 엇비슷한, 기원전 5세기 공자의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공부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고루하고, 생각만 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이죠? 공부는 경험론적 학습이므로 내용, 콘텐츠에 해당하겠죠. 콘텐츠만 쌓으면 고루해서 썰렁하고, 사유만 있으면 위태롭다는 뜻인데 어떤가요? 칸트 순수이성비판의 경구와 맥락이 닿아 있지 않나요?
인식론에서 경험론과 합리론 모두 절대적 타당성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적어도 명확한 것은 있습니다. 경험주의와 이성주의 모두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호보완해야 ‘바른 앎’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
그런데 혹시 주위에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사로잡혀서 경험적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사람이 넘치고 넘치지 않나요? 우리나라의 수많은 이른바 지식인들은 눈앞의 사실을 외면하고, 책의 내용만 믿습니다. 실제 당시에 산 사람의 말은 듣지 않고, 책이나 영화 내용만 따릅니다. 또는 자신만의 특수한 경험을 전부인 양 여기며 더 생각하지 않고 극렬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2000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서양의 현인이 비슷한 말을 한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적어도, 이것만은 명확할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똑바로 인식하는 듯하지만, 언제나 틀릴 수 있어서, 바로 알고 실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
1853년 오늘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
장에서 초연됐습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절창으로 ‘축배의 노래’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