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안찌는 스프라이트 제로, 대신 피 굳는다?

감미료 에리트리톨, 심장마비·뇌졸중 위험↑... 국내 일부 제로음료·소주·식품 등 포함

일부 무설탕 음료와 주류, 식품 감미료로 쓰이는 에리트리톨(에리스리톨)이 피를 굳게 만들어 혈전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유발할 수도 있단 지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무설탕 음료와 주류, 식품 감미료로 쓰이는 ‘에리트리톨'(erythritol, 에리스리톨)이 피를 굳게(혈액 응고) 만들어 혈전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 때문에 에리트리톨이 포함한 음식이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유발할 수도 있단 지적이다.

27일(현지시간) CNN, ABC 등 외신은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러너연구소 스탠리 헤이즌 박사의 연구를 인용해 심내혈관 질환 요인을 가진 사람들의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높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유발 위험이 2배 증가한다고 보도했다.

◆에리트리톨 ‘혈전 유발 위험성’ 발견… 업계는 반발

이 연구는 같은 날 유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공개됐다.

논문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상위 25%에 해당하면 하위 25%와 비교했을 때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2배 높았다고 보고했다. 이는 당뇨병의 심장병, 혈관질환 유발 위험 요인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연구팀이 2004∼2011년 수집한 심장질환 위험 요인을 가진 있는 미국인 1157명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다. 당초 목적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혈액 내 화학물질 중 심장마비나 뇌졸중, 향후 3년 내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소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심장 질환 유발 위험성을 크게 높이는 물질을 발견해, 분석한 결과 에리트리톨로 판명했다. 추가 검증을 위해 별도로 수집한 혈액샘플을 재분석하고 동물실험도 진행했다.

우선 미국인 2100여 명과 유럽에서 수집한 833명의 혈액을 추가로 분석한 결과, 모든 집단에서 높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심장마비나 뇌졸중, 3년 내 사망 위험률과 유관하다고 확인했다.

실험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선 에리트리톨이 혈액 응고를 유발해 혈전증을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추가로 발견했다. 혈중 에리트리톨 성분이 혈소판 응고를 유발해 혈관 내 혈전(핏덩이)을 형성하기 쉽다는 추측이다. 혈전이 혈관을 타고 흐르며 계속 악화하다 혈관을 막아버리면 심장에선 심장마비를, 뇌에선 뇌졸중을 일으킨다.

연구팀이 인간(위)과 쥐(아래) 혈관 내 에리트리톨 수치가 높을 때(붉은색 글씨가 쓰인 가로열 사진) 혈액이 응고하는 정도를 비교한 모습. [자료=《Nature Medicine》, ‘The artificial sweetener erythritol and cardiovascular event risk’]
헤이즌 박사는 “이미 심혈관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환자들은 혈액 응고나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이 높기 때문에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은 에리트리톨을 멀리 하라고 조언할 만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그간 에리트리톨이 저열량 감미료(당 알코올) 식품 첨가물로서 인체에 안전하다는 수십 년 동안의 연구와 상반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헤이즌 박사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국립 덴버유대인병원(NJH)의 앤드류 프리먼 박사는 CNN에서 “이번 연구 내용은 에리트리톨이 혈액 응고 위험성을 가질 수 있다는 충분한 ‘경보’일 수 있다”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조심하는 차원에서 일단 식단에서 에리트리톨을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측 관계자는 답변을 피하거나 반발했다. ‘유럽폴리올생산자협회’는 아직 연구 내용을 검토하지 않았다면서 CNN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미국의 저열량 감미료 업계 단체인 ‘칼로리통제협회(CCC)’는 에리트리톨을 비롯한 저열량 감미료가 안전하다는 수십 년의 연구와 상반한다”며 “연구 참가 대상이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를 가진 환자들이기에 결론을 성급하게 일반인에게 확대 적용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국내에서 유통 중인 에리트리톨 함유 제로 음료의 성분표. [자료=각 사]

◆에리트리톨 사용한 국내 식품·음료는?

에리트리톨은 설탕 대신 사용이 가능한 감미료 22종 중 하나다. 과일이나 옥수수 전분의 포도당을 자연 발효시킨 당알코올의 한 종류로 체내엔 10% 정도만 흡수되고(0.24 kcal/g) 나머지는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돼 ‘제로 칼로리’ 감미료로 분류된다.

매우 다량을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설사 부작용 때문에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위장관 기능이 약한 경우 섭취에 주의를 요했을 뿐, 이외의 별다른 부작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유럽 식품안전청은 최대 0.5mg/kg(통상 일일 50g 수준)으로 권고하지만, 각국 식약 당국에선 권장 섭취량을 거의 설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무설탕·무칼로리 음료나 껌, 초콜릿, 사탕, 젤리, 아이스크림 등에 자주 사용될 뿐 아니라 곡물 기반 과자나 빵, 가공식품 등에도 심심찮게 사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에서 국내 유통 가공식품 중 제품명에 에리트리톨이 들어간 제품만 51건이다. 이는 에리트리톨이 제품의 주요 성분으로 활용됐다는 의미로, 실제 국내에서 에리트리톨을 성분으로 포함한 제품의 전체 숫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무설탕·무칼로리 음료 중에선 △스프라이트 제로 △원에이엠 스파클링 라임·베리 △부르르 제로 콜라·사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주류에선 △처음처럼 새로 △진로이즈백(제로슈거 리뉴얼) △참이슬 후레쉬(제로슈거 리뉴얼) 등 최근 출시 혹은 리뉴얼한 제로슈거 소주 일부 제품에도 에리트리톨이 포함했다.

현행 식품 안전 기준에선 에리트리톨 성분 함유가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연구 결과를 감안했을 때 심혈관질환이나 당뇨 환자를 비롯해 평소 심내혈관 질환과 관련한 건강 우려 요인이 있다면 식품 성분 확인과 섭취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에리트리톨을 포함한 제로슈거 소주 제품의 영양성분표. [자료=각 사]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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