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여자는 남자에게 ‘고춧가루’만 뿌릴까?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배우자 길들이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리학에선 ‘남편 길들이는 방법’은 개 훈련법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있다.

동물을 조련할 땐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의 조작적 학습원리를 사용한다. 실험자가 동물의 목표 행동을 설정하고, 동물이 그 행동을 하면 먹이 따위로 보상하거나 강화해서 동물이 행동을 되풀이하게 한다. 즉, 긍정적인 행동을 조작적 보상 방법으로 습관화하는 것이 행동 수정의 원리다. 상대방의 행동을 수정하는 원리는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면 그것을 강화해 주고,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 그에 적절한 처벌을 해주는 것이다.

TV 프로그램에서 “개 대통령”이라는 조련사가 나와서 개를 훈련시키는 시범을 보이는데 원리는 같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개가 주인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 목을 낚아채거나, 아예 무시하고 관심을 주지 않는다. 반면에 원하는 행동을 하면 즉시 먹이를 주며 강화해준다. 이 방법을 일관성 있게 반복하면 기적 같이 개의 행동 수정이 일어난다. 이러한 행동 수정의 원리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성인의 행동치료 때에도 적용된다.

필자는 아내에게 요리를 배우다 요리는 일종의 예술이고, 요리법을 터득하는 원리를 알면 남편 요리하기가 의외로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요리에는 공통으로 간장, 소금, 된장, 고추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 조미료, 깨소금, 참기름, 들기름 등이 들어간다. 요리의 풍미를 더 하기 위해서 요리사 나름대로 색다른 양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같은 재료라도 전문 셰프는 요리를 통해서 자신만의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맛은 손맛으로 내고 이것을 확인하는 것은 혀끝의 맛이다.

요리 기술의 핵심은 행동 수정의 원리와 비슷하다. 재료를 조화롭게 배합하고 맛을 봐 자신이 원하는 맛이 나면(목표 행동) 그 요리 방법을 반복하지만, 원하는 맛이 안 나면(부정적인 반응) 양념도 바꾸고 조리법도 바꾼다(행동 수정). 이 원리는 ‘배우자 요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부부 관계에서 요리 재료에 해당하는 것은 남편과 아내의 구체적인 행동이다. 이 재료로 맛을 내기에 필요한 양념이나 요리 과정은 칭찬하기, 감사하기, 고마움 표시 등 긍정적인 강화 행동과 나무라기, 지적하기, 잔소리하기 등 부정적인 처벌 행동으로 구분된다.

아내의 관점에서 남편 요리하기 기법을 살펴보자. 남편이 늦게 귀가하는 행동을 요리해서 일찍 귀가하는 맛을 내기 위해(목표 행동), 고춧가루를 뿌리고 소리를 질렀더니(처벌적 행동), 남편이 화를 내고 더 늦게 귀가한다면(부정적 결과), 남편 요리는 실패한 것이다(행동 수정 실패).

그러나 남편이 조금이라도 일찍 귀가했을 때(목표 행동) 칭찬하고 고맙다고 했더니(강화), 남편이 일찍 귀가 하는 날이 늘었다면(행동 수정) 남편 요리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변화된 행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칭찬해 주고 강화해 줘야 한다.

우리나라 부부를 상담하다 보면 배우자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 고춧가루와 소금도 뿌려도 상대방이 바뀌지 않을 때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보다는 계속해서 고춧가루와 소금을 뿌리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깨소금이나 참기름도 치면서 칭찬하고 고마워하면서 남편의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해 주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대부분의 남편은 자신이 사소한 긍정적인 행동을 해도 아내가 깨소금도 안 쳐주고 무시하고, 어쩌다 실수하면 고춧가루를 뿌리면서 잔소리한다고 불평했다. 남편이 어쩌다 아내에게 꽃을 사다 주면, 꽃 대신 “먹을거리나 사 와!” 하면서 소금을 뿌리기도 한다고 하소연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생활력은 세계적으로 강하지만 부부 사이에 고춧가루, 소금, 간장 등 센 양념만 사용하는 면도 강한 것 같다.

남편이 부정적 행동을 할 때 고춧가루도 필요하지만, 긍정적인 행동을 할 때 깨소금, 참기름, 심지어는 조미료도 적절하게 사용해야 ‘맛있는 남편 요리’가 가능해진다. 남편을 요리한다는 마음으로 깨소금도 쳐보고, 소금도 뿌리면서 남편의 행동이 변하는 맛과 간을 보면서 양념을 조절하면 된다.

남편이 아내를 요리하는 원리도 같다. 필자의 상담 경험에 따르면(요즘 젊은 부부는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남편의 아내 요리 양념 재료에는 고춧가루나 소금만 있지(아내에게 명령하기, 나무라기, 화내기 등), 깨소금이나 참기름 같은 양념(아내에게 고마워하기, 공감하기, 감사하기 등)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결혼 초기부터 아내의 부정적인 행동을 요리하기 위해 명령하고, 소리치고, 심하면 언어폭력, 신체 폭력을 하는 등 고춧가루와 소금을 잔뜩 뿌리고, 뜨거운 불에 요리를 태우는 것과 같은 요리 방법을 쓰면서 아내가 변하지 않고 맛이 없다고 한다.

한국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 요리 재료를 먼저 재정비해야 한다. 언어폭력, 신체 폭력, 경제 폭력이라는 최강의 고춧가루를 없애고, 아내의 감정을 반영해 주고 공감해주며, 정서적으로 지지를 해주고 애정을 자주 표현해 주는 깨소금이 필요하다. 이러한 깨소금은 아무리 많이 넣어도 부작용이 없다.

부부 상담의 세계적인 거장 가트만 박사에 의하면 수련된 부부 요리사는 깨소금 대 고춧가루의 비율이 5:1이라고 한다. 따뜻하고 밝은 말을 다섯 번할 때 한 번쯤 무엇인가 요구하거나 불평해야 부부 관계가 맛이 나고 즐겁다. 우리 모두 부부 요리의 대가가 되자. 당신은 행복한 부부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고, 그 요리를 할 수 있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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