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간호사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소아청소년과 의사협회 회장이 진료지원인력(PA·Physician Assistant) 채용공고를 낸 삼성서울병원을 의료법 위반혐의로 고발하면서 진료지원인력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의료현장에서는 다양한 직종의 보건의료인력이 각자의 직역에서 환자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상호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허가를 받은 면허범위 내에서 각자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그 범위를 넘어선 행위는 무면허의료행위가 된다.

현재 의료법 2조에서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 하에 이루어지는 진료보조 업무’만을 수행할 수 있다. 여기서 ‘의사의 지도 하에 이루어지는 진료보조업무’란 원칙적으로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상대적으로 적고 재량적인 권한이 제한된 업무로서 의사의 지도하에서 시행되는 의료행위’를 의미한다.

최근 종합병원 숫자는 크게 늘고 있는 반면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소위 전공의법)이 전공의 근로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했다. 또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소위 비인기과에 전공의 지원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상황이 되자 종합병원은 대안으로 진료지원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진료지원인력은 거의 대부분 간호사이지만 의료법에서 정하고 있는 간호사의 의료행위 범위를 벗어나 의사인 전공의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은 교수와 함께 수술이나 시술에 참여하거나, 야간이나 전공의가 없는 경우 자율적으로 환자의 치료방향을 결정하거나, 야간당직도 서면서 약물처방도 하고 수술이나 시술에 대한 동의서를 받기도 하는 등 의사로부터 지도를 받지 않고 어느 정도의 업무자율성을 가진다.

이러한 이들의 의료행위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사의 지도하에 이루어지는 진료보조업무를 벗어나 ‘무면허 의료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진료보조인력들은 법적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처방을 내릴 때 자신의 아이디대신 의사의 아이디로 처방을 하거나, 수술이나 시술에 대한 동의서를 설명하고도 의사의 이름으로 동의서를 받거나, 의사와 같은 가운을 입고 환자 회진을 하는 등 여러 ‘꼼수’를 쓰고 있다.

진료지원인력들은 진료에 참여하고 의료행위 업무에 대한 자율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거쳐 양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특정과에서 필요에 따라 간호사 면허를 가진 진료지원인력을 채용한 다음 자체적으로 교육훈련을 시키고 진료에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진료지원인력들이 진료에 참여하고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이 있는지 논란이 있다. 진료지원인력이 합법화된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의 경우 2-4년 정도의 정규필수교육과정을 거쳐야 진료보조인력이 될 수 있다.

2020년 병원간호사회의 조사에 따르면  진료보조인력은 2005년 235명에 불과하였지만 2020년 4814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현재 PA간호사를 이보다 많은 1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불법성이 짙은 진료지원인력이 종합병원에서 환자진료에 투입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진료지원인력이 수술이나 시술에 참여하거나 야간에 환자진료에 투입되었다가 실수 혹은 과실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경우 이는 담당의사의 책임인지 아니면 의료보조인력의 책임인지 명확하지 않다. 둘째, 진료지원인력의 의료행위가 의료법에서 규정된 허가된 의료행위를 벗어난 의료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있거나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이들의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규제하지 않는 것도 모순적이다. 마지막으로 진료지원인력들은 간호사 자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등한 자격을 가진 간호사에게 처방 지시를 하고 이를 감독하여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명확하지 않고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 소재도 명확하지 않다.

실제 정부도 종합병원에서 진료지원인력채용과 관련된 현실과 문제점들을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이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는 업무규정을 만들기 위한 진료지원인력 관리운영체계 타당성검증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 4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외국처럼 새로운 직역을 만드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병원의 진료지원인력문제를 어떻게 하던지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력의 업무범위에 대한 규정을 바꿔야 하는데 최근 간호사법 제정과 관련된 논란과 같이 의사와 간호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등 다양한 의료인력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논의를 멈추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눈감고 있으면 결국 그 고통을 받는 것은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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