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산더미인데...보건의료 수장 줄줄이 '공석'
필수의료, 비대면진료, 의대 증원, 일상회복 등 해결 과제 산적
국민 건강과 공중보건을 책임지는 공공보건의료 분야 수장들의 공백 기간이 해를 넘기며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21일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이 3년 근무를 마치고 보건연을 떠났다. 권 원장의 후임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공석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9년 1월 원장 공모 당시에도 1년 이상 공석 상태가 유지된 전적이 있기 때문. 이번 정부 들어 보건의료 수장 자리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가중시킨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뽑는데 난항을 겪었다. 정호영 전 장관 후보자는 자녀 편입학과 병역 특례 의혹 등으로 후보를 사퇴했고, 이후 후보에 오른 김승희 전 장관 후보자는 정치자금 유용 등의 의혹으로 연이어 낙마했다.
대체 후보 물색 작업과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공석 사태 132일째인 지난해 10월 4일에 이르러서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임명됐다.
코로나 사태로 병상 대란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립대병원장들의 공백 사태도 이어졌다. 서울대병원장은 8개월째 차기 병원장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공식 임기를 마친 김연수 원장이 원장직을 수행 중이다. 지난해 8월 원장 공모를 내고 2명의 후보를 추렸지만 대통령실은 두 후보 모두 적합하지 않다며 반려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재공모를 진행, 15일 최종 후보 2명을 가렸다.
다른 국립대병원도 공석 장기화 사태를 겪었다. 부산대병원장은 지난달 18일 정성운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임명되며 10개월 만에 공백 마침표를 찍었다. 제주대병원은 공석 4개월째인 지난 15일 공모를 마감했고, 충남대병원은 공석 3개월째인 21일 공모를 진행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선민 원장은 오는 4월 임기가 종료된다. 차기 원장 공모 시기와 이사진 교체 시기가 맞물려 심평원 역시 핵심 인사들의 업무 공백이 예고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 수장은 국가와 사회구성원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기관 책임자로 매우 중요한 자리지만, 기약 없는 공백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의 중요도 대비 수장 공백 사태를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막중한 책임을 요하는 자리인 만큼 신중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적임자를 찾아야 하지만, 필수의료, 비대면진료, 의대 정원 확대, 코로나19 일상회복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결원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