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겪는 가정 폭력, 태아 뇌 구조도 바꿔 (연구)
임신 중에 가정폭력을 겪으면 뱃 속 태아의 뇌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배스대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임신 기간 동안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당한 산모의 아이들은 뇌 구조에 변화가 있었으며, 그 영향은 남녀 아이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임신 중 가정폭력을 겪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 143명의 뇌 스캔 결과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가정폭력이라 함은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받은 정서적, 신체적, 성적 학대나 폭력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아기가 태어난 지 평균 3주 정도가 되었을 때 MRI 뇌 스캔을 촬영했다. 뇌에서 관찰되는 변화가 자궁 안에서 발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임신 중 배우자의 폭력에 노출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은 출생 직후 뇌 구조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그 영향은 아기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여자아이의 경우, 정서 및 사회적 발달에 관여하는 뇌 영역인 편도체가 더 작았다. 남자아이의 경우에는 움직임 실행, 학습, 기억, 보상, 동기부여를 포함한 다양한 기능에 관여하는 미상핵이 더 컸다. 이러한 결과는 임신합병증과 임신 중 산모의 음주 및 흡연을 고려했을 때에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뇌 구조의 초기 변화는 임신 중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산모의 아이들이 아동기나 이후 삶에서 심리적인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아이들의 정서적, 인지적 발달을 분석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포함됐던 아이들의 현재 8~9세이며, 연구진은 현재 생후 3주 때 나타난 뇌 구조 변화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지속되는지, 아니면 변화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발달 인지신경과학(Developmental Cognitiv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