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이식을 통한 세 번째 HIV 완치자 나와
HIV 내성 줄기세포로 대체한 뒤 4년간 HIV 발견 안 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세 번째 환자가 나왔다. 2013년 기증자의 골수세포를 받아 HIV 내성 줄기세포로 대체하는 치료 받은 ‘뒤셀도르프 환자’다.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독일 뒤셀도르프대학병원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네이처》가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골수이식 기술을 적용해 최초로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은 '베를린 환자'로 불린 티모시 레이 브라운이었다. 그는 2007년 급성 골수 백혈병 치료를 위해 자신의 골수세포를 파괴하고 이를 건강한 기증자의 줄기세포로 대체하는 골수 이식수술을 받았다.
브라운의 치료팀은 CCR5 유전자의 돌연변이(CCR5 델타32)가 있는 기증자를 선택했다. 이 돌연변이는 CCR5이란 단백질수용체가 세포 표면에서 발현되는 것을 막는다. HIV는 면역세포에 침투할 때 CCR5을 이용한다. CCR5 델타32 변이는 이런 HIV의 활동을 차단하게 된다. 그는 한동안 체내 어딘가에 저장됐을지 모를 바이러스의 재발을 막기 위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를 받다가 이마저 중단했으나 2020년 사망할 때까지 HIV에 감염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했다.
2019년 연구자들은 동일한 시술을 받은 두 번째 환자에 대해서도 완치 판정을 내렸다. ‘런던 환자’로 불린 베네수엘라 출신 영국인 아담 카스틸레호였다.
올해 53세의 독일 남성인 뒤셀도르프 환자는 그 뒤를 잇는 세 번째 완치판정 환자가 됐다.
두번째 완치자인 카스틸레호의 치료팀을 이끈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라빈드라 굽타 교수(미생물학)는 이번 연구가 “CCR5가 현재로서는 완치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추적 가능한 표적이라는 사실을 확고히 해준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티모시 헨리히 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매우 철저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러 환자가 ART와 HIV 내성 기증자 세포의 조합으로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뒤셀도르프 환자는 급성 골수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ART 덕분에 HIV 수치가 매우 낮았다. 뒤셀도르프대학병원의 비에른-에릭 옌센 교수(바이러스학)가 이끄는 의료진은 2013년 그의 악성 골수세포를 파괴하고 CCR5델타32 돌연변이를 가진 기증자의 줄기세포로 대체했다.
이후 5년 동안 의료진은 ART치료를 계속하면서 환자로부터 조직과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2018년 마지막 테스트를 마치고 환자는 ART 치료를 중단했다. 그리고 4년 간 HIV가 발견되지 않아 최종 완치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옌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몸에서 HIV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뒤셀도르프 환자는 성명을 통해 골수 이식이 ”매우 험난한 길“이었다며 연구 기금 모금을 지원하는 데 평생을 바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 3명의 완치자는 모두 급성 혈액암에 걸렸고 다른 치료 옵션이 없었기에 줄기세포 이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기증자의 줄기세포에 HIV가 세포를 감염시킬 때 사용하는 수용체를 제거하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는 행운이 더해진 것이다. 따라서 아직은 표준치료법이 되기는 힘들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기술을 통해 CCR5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표준치료법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데비비드 마골리스 교수가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3-02213-x)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