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부부 ‘건강보험 자격’ 인정, 시작될까?... 항소심서 승소

‘평등의 원칙’ 적용 추정... ‘동성부부 사실혼 인정’ 논의 대신 ‘건보 기준 적용 원칙’ 따져

지난해 2월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요구해온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가 7일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에서 열린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1심 선고에서 패소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동성부부에게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국내 첫 법적 판단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동성부부에게도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이승한, 심준보, 김종호 부장판사)는 21일 소성욱(32)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지난해 2월 당시 1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우리 법이 말하는 사실혼은 남녀결합을 근본요소로 하기 때문에 동성결합으로 확장해석할 근거가 없다"면서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을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고,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결 사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진행된 변론 내용 등을 종합했을 때 동성부부에 대해서도 '평등의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판부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사실혼이라는 용어가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은데 건보공단이 이들(사실혼 관계의 부부)의 피부양자격을 인정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법의 관점에서 사실혼 부부와 동성부부가 무엇이 다른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건보공단이 피부양 자격을 인정한 요건이 ‘사실혼 관계의 부부’라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따라 사실혼 관계에 대해 성별을 떠나 같은 자격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는 논리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사실혼 포함)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중 시행 규칙이 정한 부양요건에 부합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결혼 5년차 동성부부인 소 씨와 김용민(33) 씨는 지난 2020년 2월 동성부부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에 해당하는지 건보공단에 문의했다.

공단은 ‘사실혼’ 관련 요건을 들어 가능하다고 답변했고 소 씨는 관련 절차를 거쳐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

이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논란이 커지자 건보공단은 같은 해 10월 소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로 하고 보험료를 새로 부과했다.

이에 두 사람은 2021년 2월 "동성부부는 실질적 혼인관계에 있음에도 동성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부부는 이날 선고 직후 "앞으로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 이길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법률 대리인을 맡은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본 매체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동성부부에 대한 차별을 인정한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론 건보공단 등이 (동성부부 차별에 대해) '가족이 아니다'라는 변명만을 내세우진 못할 것"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당초 1심에서부터 이번 재판의 쟁점은 '동성부부를 민사상의 사실혼 관계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건보공단이 동성부부를 차별하지 않았는지' 특수성의 영역을 따지는 일이었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를 인정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재판의 쟁점을 설명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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