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아름답고 대단한 이유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3년 02월 20일ㆍ1561번째 편지


“카타리나 비트의 경기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이런 선수가 나올 수 없다고 탄식했는데, 20년 만에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어요. 비트보다 더 아름답고 더 예술적인 선수가 나오다니….”

지난해까지 체육언론인회 회장이었던 이종세 전 동아일보 스포츠 기자는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카르멘 선율 위에서 펼쳐진 동독의 피겨 여왕의 연기를 직관하고 “그런 체형, 그런 연기는 우리나라에선 나올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허나, 김연아가 나오면서 그 이야기는 더 이상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연아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세계인들의 넋을 빼놓았습니다.

그러나 4년 뒤 오늘(현지시간 2일 20일), 러시아 소치에서 김연아는 석연찮은 판정의 희생양이 돼 금메달을 도둑맞다시피 했습니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심판들의 후한 점수로 2위에 올랐던 소트니코바가 프리스케이팅에서 또 한 번 이해하기 힘든 점수를 얻어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비트와 미셀 콴 등 피겨계의 전설들이 분노했지만, 오히려 여왕은 평온히 받아들였습니다.

비록, 스포츠 역사에선 '러시아의 장난'이 기록으로 남겠지만, 김연아가 4년 전과 그 해에 연기했던 아름다운 예술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밴쿠버의 연아는 인류 역사에 사람이 빙상 위에서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극도로 보여준 주인공으로 남을 겁니다. 당시 언론들조차 감격해 했지요.

“그녀는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악보 위의 음표처럼 은반을 미끄러져 움직이며.” -AP뉴스
“여왕은 스케이트가 춤추도록 내버려뒀다. 눈물이 흐르는 것도, 여왕답게!” -뉴욕타임스

김연아가 아름다운 것은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거듭 하면서 결국 예술을 완성했기 때문일 겁니다. 연아는 “중요한 것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한 번 더 도전해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도 멈추고 싶었을 때가 있었을 겁니다. 연아는 이렇게 얘기했죠.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올려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물이 끓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끓이는 건 마지막 1도,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그런 여왕도 가짜뉴스는 피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부부 관계를 흠집 내는 거짓 뉴스에 법적 예고를 했다는 뉴스가 들리는군요. 김연아는 가짜뉴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행동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어제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그림을 그린 프랑스 화가의 전시회에 참관한 사진을 올렸습니다.

김연아 인스타그램

세상은 넘어지고 뒹굴면서도 결국 일어나서 무언가를 이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에서 수군대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가 아름다운 지는 불을 보듯이 뻔하지요? 오늘은 실패와 상처를 이기고 예술을 만든 연아의 밴쿠버 경기를 보시며, 아름다운 길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 어떨까요?

김연아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 보기(포털 사이트에서 왼쪽 제목을 클릭해도 안보이면 https://kormedi.com/1568631/ 를 주소창에 붙여서 보세요)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 바베이도스는 오늘 국경일입니다. 1988년 2월 20일 가수 리아나가 세인트마이클에서 태어난 것을 기념한다고 합니다. 리아나는 우리나라 양궁선수 기보배와 같은 날 태어났네요. 우리나라에선 리한나라고 불리는 리아나의 ‘Diamonds’ 듣겠습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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