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낳은 아기를.. 우울증이 무서운 이유가?
본인이 통제 못하는 신경전달물질 결핍... 가족의 관심 매우 중요
산후우울증을 앓다가 생후 2개월 된 자신의 아기를 살해한 30대 여성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산후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해 장애가 생길 것을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임신에 어려움을 겪어 시험관 시술 등을 통해 아기를 얻었지만 출산, 양육 과정에서 우울증을 겪었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참 무섭다. 주변 사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우울증에 대해 다시 알아보자.
◆ 산후 우울감 및 우울증... 아기에게 적대적, 폭력적인 행동 우려
산모의 약 85%가 산후 우울감을 겪는다. 대부분 일시적이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없어진다. 질병관리청 건강정보에 따르면 산모의 10~20%는 산후 우울증으로 진행한다. 피로, 무기력함, 의욕 상실, 짜증, 초조, 수면장애, 인지기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아기의 건강이나 사고 발생에 대해 과도하고 부적절한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아기에 대해 아예 관심을 끊기도 한다. 이로 인해 아기에게 적대적,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산모 스스로 아기나 자신에게 해를 끼칠 것 같은 두려움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족들은 산후우울증을 흔한 기분 장애로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산모를 잘 살피고 증상이 심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폐경(완경) 여성의 우울... 여성호르몬 감소의 영향
갱년기 여성도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물론 개인차가 심하다. 중년 여성이 완전 폐경까지는 대략 5~6년이 걸린다. 난소 기능이 점차 감소하면서 여성호르몬이 크게 줄면 다양한 갱년기 증상이 생긴다. 갱년기 우울증은 우울감과 더불어 불안, 심한 기분 변화, 수면장애, 인지기능의 장애 등으로 나타난다. 홍조와 열감, 질 건조증, 성교통, 요실금 같은 비뇨생식기 증상을 동반한다.
◆ 직계가족 중 주요 우울장애 있는 경우.... 본인 우울증 위험 2배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 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 최신호에 직계가족(부모, 형제-자매) 중에 주요 우울장애가 있었다면 본인도 우울증 위험이 2배 높다는 논문이 실렸다. 유럽인 남녀 290만343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결과다. 남자는 어머니가 우울장애를 경험했다면 본인이 겪을 가능성이 2.10배, 아버지의 경우 2.04배, 형제-자매의 경우 2.0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가족 중에 우울장애 환자의 수가 많을수록 본인에 미치는 위험이 더욱 커졌다.
◆ 기존 연구에서도 부모가 우울증인 경우... 자녀도 2~3배 높아
우울증의 발생에는 유전, 신경-생물학적 요인, 심리-사회적 요인, 질병에 의한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친다. 유전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 연구에서도 부모 중 한 사람이 우울증이 있으면 자녀가 우울증에 걸릴 위험률이 16~21%로 정상인보다 2~3배 높다. 쌍둥이 중 한 쪽의 우울증이 다른 쌍둥이에게 나타나는 비율(우울증 일치율)이 일란성 쌍둥이에서 34~67%, 이란성 쌍둥이에서 14~43%였다.
◆ 본인이 어쩔 수 없는 신경전달물질의 결핍... 가족의 관심 매우 중요
우울장애의 회복 기간은 대략 6~9개월로 약 50%의 환자가 6개월 이내, 70%의 환자가 1년 이내에 회복한다. 반면에 10% 이상의 환자는 5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재발도 흔하다. 우울증 환자 중 재발이 없는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우울증은 정신력으로 극복되는 병이 아니다. 절대 가볍게 봐선 안 된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 대부분이 우울증 환자다.
우울증은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등)의 결핍도 주요 원인이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하다. 우울 증상이 중등도 이상일 경우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족 중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 있으면 혼자 있게 내버려 두지 말고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등 주위 사람의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