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어린 시절, 뇌 신경회로 망가뜨린다
성인기 인격장애 유발... 우울·불안↑-흥분 조절·체중↓
어린 시절 불행한 경험이 성인의 각종 인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몸과 마음이 발달하는 시기에 받는 스트레스가 뇌의 신경회로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오세종·최재용 박사 연구팀은 이와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정신의학 최신연구(Frontiers in Psychiatry)에 게재했다.
최근 유전자 발현 등 분자생물학적 연구가 많지만 이 연구는 실험용 쥐에 대한 PET(양전자방출단층영상) 촬영을 통해 실제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확인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생애 초기 시절 스트레스 강도가 강할수록 뇌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이 줄어 뇌 신경회로의 흡수 작용에 미치는 악영향을 관찰했다.
이런 스트레스가 학습, 기억 형성 기능과 흥분을 유발·억제하는 글루타메이트와 가바(GABA),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갑상선 호르몬(T3·T4),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 신경전달물질 분비와 흡수에 이상을 불러왔다. 그 결과 체중 변화와 우울·불안 행동을 유발하고, 흥분 억제와 내분비 기능에 이상이 일어났다.
뇌 신경회로 자체의 이상도 나타났다. 생애 초기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뇌 신경세포인 뉴런의 밀도 저하로 면역반응성이 6~15% 정도 낮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생후 2일부터 하루 4시간씩 12일간 어미에게서 분리하고 움직임 제어, 미로 찾기, 강제 수영 등 스트레스 강도를 높이는 활동을 시켰다. 이 과정에서 신경전달물질에 방사성의약품을 결합해 손상 정도를 PET 영상으로 관찰했다.
대표적으로 흥분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가바의 분비량은 모성 분리의 경우 정상 쥐보다 암컷은 19~27%, 수컷은 7~12% 떨어졌다.
하루 4시간씩 움직임까지 제어했을 땐 암컷은 31~38%, 수컷은 31~37% 낮아졌다. 스트레스가 클수록 신경전달물질 손상 정도가 심했다.
가바뿐 아니라 글루타메이트와 세로토닌, 갑상선호르몬 등 전반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암컷이 수컷보다 분비량이 더 적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어린 시절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생애주기별 영향을 추적하고 성별에 따른 다양한 표적 치료제의 효능을 평가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