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안되는 ‘쓰레기 집’ 벗어날 수 있을까요?

[윤희경의 마음건강]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집 정리를 제대로 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치워도 쓰레기는 금방 다시 쌓여, 이제는 완전히 포기 상태가 된 것 같아요. 집에 들어오면 발을 딛고 다니는 공간만 겨우 있고, 집은 그야말로 쓰레기통입니다. 남편은 제발 치우고 좀 살자고 하는데, 본인도 치우지 않으면서 핀잔만 주니까 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계속 물건이 쌓이면서 이제는 텔레비전에 나올 정도로 더러운 집이 돼버렸습니다. 저도 깨끗한 집을 좋아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안돼서 너무 힘듭니다.”

깔끔하고 정돈된 집은 모두가 좋아한다. 다만, 언제나 정리된 상태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과제’가 되기도 한다. 종종 언론에 ‘쓰레기 집’이 등장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쓰레기 집’이 생긴 원인을 찾는 것이다. 이를 뒷전으로 하고 당장 눈 앞에 쌓인 쓰레기를 두고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최악의 대응이다. 집에 쌓이는 물건에 부정적 감정까지 엉키면서 겉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정리 정돈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은 성격이다. 정리해야만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어느 정도 어질러진 상태도 크게 개의치 않고 다른 일을 먼저 하는 이들이 있다. 요즘 인기 있는 MBTI 유형처럼 각자의 성향이 다를 뿐이다. 어떤 성향이 더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의 사례처럼 미뤄둔 청소가 일상까지 마비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집안의 위생 상태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까지 방치하는 것은 ‘병’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청결 정도는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불안하거나 우울할 경우에 집도 심각하게 어질러 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우울로 인한 무기력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물에 젖은 솜처럼 마음과 몸이 무거운 사람은 집안을 치울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다.

지나치게 청결함을 추구하는 이들이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완벽해서 먼지 하나 없이 지내려는 강박이 심할 경우 애초에 청소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치우지는 않으면서 머릿속으로는 늘 완벽한 상태를 꿈꾼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이런 유형의 사람이 음식의 위생 상태나 특정 부분의 오염에 대해 남들보다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 경우도 많다. 특정한 부분에서 결벽 같은 증상을 보이는가 하면 해야 할 기본적인 일상에서의 청결에는 무심하게 내버려 두는 이율배반적인 불합리성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가족이나 주변인이 지나치게 정리가 안된 상태로 살고 있다면, 눈 앞에 보이는 쓰레기 더미보다 그 사람의 마음 안을 들여다 보는 게 좋다. 혹시 심리적으로 탈진이 돼 있는지, 아니면 지나친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보듬는 것으로 시작하면서, 집안 청소를 같이 돕는 게 더욱 효과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난이나 설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심리적인 불안이나 우울을 키워 문제가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자신의 집안을 돌아보자. 지나치게 어질러져 있는가? 매일 쌓인 물건과 잡동사니가 이제는 견고하고 기괴한 성처럼 집안 곳곳을 점령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할 때다. 감당하기 힘든 청소를 도와줄 사람과 마음의 실타래를 정리해줄 수 있는 의사나 상담사를 찾아야 한다. 지금 무엇이 나의 정리를 어렵게 만드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게 우선이다.

 

 

    윤희경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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