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났어도...mRNA 시장 이제 시작"
[인터뷰] 백신개발기업 아이진 이명재 CFO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눈에 띄게 줄고 엔데믹이 찾아오면서 일부 국가들은 백신 폐기에 나서고 있다. 국산 코로나 1호 백신과 치료제도 모두 생산을 중단했지만 꾸준히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백신개발 기업 아이진은 3년 가까이 코로나 mRNA 백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백신 개발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이진 본사에서 이명재 CFO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진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mRNA 백신의 특징은 무엇인가?
= 2020년부터 코로나19 예방 백신 개발에 착수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mRNA를 구성하는 기술 중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mRNA 자체와 이를 세포 내로 안전하게 보내는 전달체다. 각각 외부 라이센싱과 자체 개발로 해결했다. 특허 침해 우려가 없는 자체 기술로 완성한 셈이다.
즉 mRNA 기술은 미국 바이오사인 트라이링크로부터 라이센싱인하고, 전달 기술은 아이진 자체 기술인 '양이온성리포좀'을 이용했다. 개량 양이온성리포좀은 mRNA를 감싸서 세포 안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에 사용된 전달 기술인 LNP는 젊은 층에게 아나필락시스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또 일반 의약품처럼 냉장보관(2~8도)이 가능해 저개발 국가에서도 보관 이동이 간편하다.
▲현재 임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2021년 9월부터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무접종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했다. 45명에게 투약을 완료해 지난해 9월 4주차 데이터 중간 결과를 발표한 상황이다. 안전성 문제나 부작용 보고는 없었다. 1년간 데이터 확보 임상이어서 올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임상은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부스터 1상을 지난해 2월부터 시작해 그해 상반기에 투약 완료했다. 중간 결과는 1분기 중 나올 것이다. 연내에 해외에서 부스터 임상 2a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외 임상 환자모집에 어려움이 크다는데...
=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접종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임상 참여자를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임상은 호주, 남아공 등 해외에서 부스터 2a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오미크론 전용 백신에 대한 비임상 시험을 수행해왔다. 올해 개발 중인 다가 백신의 임상 개시도 추진 중이다.
▲코로나 엔데믹에도 개발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지난해 상반기부터 선진국은 이미 엔데믹에 진입했다. 엔데믹으로 가도 코로나19 변이는 계속되고 있다. 하반기에 BA.4/5 변이가 우세종이 된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는 엔데믹으로 가도 당분간은 독감처럼 되어서 계절 백신을 맞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몇 년은 안정적인 백신 '매출'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엔데믹 이후에도 막대한 비용이 개량 백신 수급에 쓰일 수 있다.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이 이뤄져야 하고, 국내에서도 mRNA 백신에 결실을 맺는 업체가 1~2곳 정도 나와야 한다. 몇 년 후에 다시 코로나 변이가 등장할 지 현재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초기 백신으로 오미크론 효과를 보지 못해 개량 백신이 필요한 상황이 왔다. 자국 백신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이 허가 받기 이전에는 mRNA 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확신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팬데믹 기간에 전세계 수억 명이 mRNA 백신을 접종했고 '안전성' 등이 확실하게 입증됐다. 이는 백신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됐고 mRNA 백신시장 성장력도 기대 이상이다.
▲백신 개발과정에서 정부 지원은 어느 정도였나?
=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대규모 임상에 들어가는 자금 확보다. 현재까지 정부와 코로나 백신 관련 임상 지원금으로 2개 프로젝트 230억원 가량을 협약했다. 국내 기초접종 임상에 대한 100억원 규모의 과제가 1상 이후에 2a상에서 기초접종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돼 지원금 100억원 중절반 정도는 줄었다.
지난해 정부와 체결한 총 130억원 규모의 다가백신(2가백신)은 지원금이 아직 확보돼 있어서, 이 자금으로 다가백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외에 오미크론 대응 백신 등은 해외 유수 펀드 등을 통해 자금 확보를 추진 중이다.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백신 등은 인도적 측면에서 연구개발비를 제공하는 공익적 성격의 펀드와 공조해 자금을 일부 충당하고, 개발한 백신을 저개발 국가에 보급할 수 있는 추가 연구 등을 해결하려고 한다.
▲mRNA 백신 기술을 활용한 수익성 확보 방안이 있나?
= mRNA '전달체' 기술은 앞으로 자회사 레나임의 향후 사업성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칠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전세계 백신 연구기업들의 관심도 mRNA 기술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전달체 기술에 집중돼 있다. mRNA 기반 백신개량 사업을 폭넓게 추진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백신 자체의 사업화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축적된 mRNA기반 기술이 향후 사업 기회를 마련해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mRNA 기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국내외에서 의약품 사업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mRNA 백신·치료제 연구 전문기업이 장기적인 목표이고,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력을 확립할 것이다.
▲올해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 코로나 백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해외 2a상 진입, 다가백신 임상 착수 등으로 인체 효능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또 아시아에서 협상 중인 대상포진 백신의 해외 기술이전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이진은?
아이진은 2000년 6월 설립돼 바이오 신약 개발 사업에 첫 발을 내디딘 후 바이오의약품 연구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핵심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단백질체학 기반 기술의 산물인 허혈성 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 면역학 연구로 확립된 고유의 면역보조제를 활용한 각종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성 질환 치료와 예방을 위해 각종 신약과 예방 백신, 진단제 시스템을 구축해 생명과학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되어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사업 목표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