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뜨거운 사랑 Vs 은은한 사랑
[이성주의 건강편지]
빛나는 별이여, 내가 당신처럼 한결같다면-
밤 하늘 높은 곳에 매달려 홀로 빛나며,
자연의 인내와 불면의 수도자처럼
영원히 눈꺼풀을 열어두고
성직자의 의무같이 출렁이는 바닷물이
육지의 해안을 정결하게 씻는 걸 지켜보거나,
또는 산과 황야에 내린 눈이
부드럽게 덮이는 것을 가만히 응시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그러나 여전히 한결같이, 여전히 변함없이,
아름다운 내 연인의 성숙한 가슴에 기대어,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것을 느끼며,
그 달콤한 동요 속에서 언제까지 깬 채로,
여전히, 여전히 보드라운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영원히 살고 싶어라- 아니면 쓰러져 죽으리라.
영화로도 만들어진,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의 시 ‘빛나는 별(Bright Star)’이죠? 1821년 2월에 결핵 때문에 25세에 요절한 키츠는 ‘왈가닥 아가씨’ 패니 브론을 위해 이 시를 지었습니다.
키츠는 23세 때 첫 만남에서 악수를 청하는 브론의 당돌한 매력에 빠집니다. 브론은 처음엔 키츠를 가슴에 담지 않았지만 키가 152㎝밖에 안되는, 의대 출신 시인의 지식과 감수성에 빠져듭니다. 키츠는 반지를 바치며 프러포즈하고 둘은 약혼합니다.
그러나 키츠는 이듬해 폐결핵에 걸려 의사의 조언에 따라 로마로 요양을 떠나야 했습니다. 키츠는 브론에게 병이 옮을까 두려워 친구 조세프 세번과만 로마행 배에 오릅니다. 브론은 키츠에게 쾌유를 빌며 작은 홍옥(Carnelian)을 선물하는데, 키츠는 이 홍옥을 손에 쥔 채 숨을 거둡니다. 브론은 한 달 뒤 연인의 부고를 듣고 눈물 속에서 지냈고 키츠를 그리워하다 12년 뒤에야 결혼합니다. 세 명의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키츠가 자신에게 준 약혼 반지를 죽을 때까지 간직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마침 밸런타인데이네요. 요즘도 생명 바치는 사랑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랑은 그럴 가치 있는 뜨거운 것이라고 믿습니다. 미국 작가 캐런 선드는 “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것”이라고 했고,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는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라고 했지요?
여러분은 혹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선물을 줬나요? 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터인가 여성이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 돼버렸지만 밸런타인데이는 연인에게, 나아가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을 주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날이지요.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사랑을 표현해보세요. 젊은이 가운데 마음속에 누군가 사랑하고 있다면 용기를 내 보세요. “겁쟁이는 사랑을 드러내지 못한다. 사랑은 용기 있는 사람의 특권”이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 가슴에 담고요.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꼭 사랑을 표현하세요. 키츠와 브론이 주고받았듯, 홍옥이나 반지를 선물하지 않더라도, 멋진 당신만의 방식으로, 미국 작가 어슐러 르 귄의 명언 새기면서요. “사랑은 돌처럼 그저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빵처럼 만들어져야 한다. 항상 다시 만들어져 매일 새롭게 되는 것이다.”
오늘 밸런타인데이에 사랑 노래 두 곡 준비했습니다. 송창식의 ‘맨처음 고백’과 정태춘 박은옥의 ‘사랑하는 이에게’ KBS ‘열린음악회’ 공연실황곡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