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췌장 인간 이식 첫 임상, 장기 부족 해결?
"이식 유일 해법인 1형 당뇨병 환자 0.1%만 수혜"
"이식장기 부족 현상은 전세계적 문제다. 저혈당무감지증 증상이 있는 당뇨병 환자들은 췌도이식이 근본적인 치료 해결책인데, 환자의 0.1% 정도만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종(다른종) 췌도이식은 시작 단계이지만, 최초로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됐다."
서울대 박정규 장기이식연구소장은 8일 제넨바이오가 개최한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 시작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종 췌도이식 임상 1상 시험에 대한 허가를 받으면서 상반기 본격적인 임상에 착수하게 된다. 이번 임상시험은 세계 최초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이종이식학회 기준을 준수한 임상시험이기도 하다.
박정규 소장은 "이종이식은 인간이 과거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고, 과학적으로 처음 시행된 것은 1963년이 시작이다. 처음에는 영장류를 이용했지만 멸종위기, 인수공통 위험, 윤리적 문제 등으로 인해 현재는 미니돼지를 장기 이식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크기가 인간과 비슷하고, 인수공통의 위험성이 낮으면서 형질 변화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식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작년 1월 미국의 메릴랜드대 병원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한 경우처럼 면역학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췌도이식은 고형장기는 아니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저혈당무감지증에서 해결 방법은 인슐린을 공급하는 췌장과 췌도를 이식하는 방법이 있는데 장기부족 문제로 거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임상시험 승인의 토대가 됐던 이종 췌도이식 비임상시험 데이터를 소개했다. 돼지 췌도를 이식 받은 영장류의 장기간 생존일을 비교한 결과에서, 국내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의 데이터가 세계에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제넨바이오 김성주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번 임상시험 승인 과정을 통해 국내 기준에 부합하는 원료돼지와 이종이식제제에 대한 검사체계, 안전성 검증 프로토콜을 확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임상시험에서 췌도를 길병원에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연구한 분리 기술을 활용해 순수 췌도를 분리하고 길병원에 제공할 것"이라며 "회사의 오랜 연구팀은 다른 장기에 대한 비임상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제넨바이오는 지난해 4월 제넨코어센터를 오픈해 GMP시설과 세포·조직 가공 등 시설, 독성실험동, 비임상시험동 등 이종이식 전과정을 아우르는 시설을 갖추게 됐다는 것. 이번 임상시험 승인으로 이종 이식에 대한 바이오 인프라를 구축하게 됐다.
이종 췌도이식 임상시험은 제넨바이오와 가천대 길병원,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가 협약해 상반기 내 착수할 계획이다. 이달 환자 설명회를 진행하고, 환자모집과 교육 등을 거쳐 4월부터 임상시험 시작을 목표로 두고 있다. 임상시험 초기에는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시작하고 점차 확대해 나간다. 임상시험 예정 기간은 2년이다.
장기이식연구소에서 감염균이 없는 무균 상태의 돼지를 생산해 췌장을 적출하면, 가천대 길병원에 이종이식제품 제조소 시설을 구축한 제넨바이오에서 췌장으로부터 순수 췌도를 분리·정제한다. 이후 길병원에서 환자에 이식한 후 면역억제제 치료, 안전성 확인, 효과 등 장기적인 추적 관찰을 수행할 예정이다.
현재 이종이식의 큰 문제는 안전성이다. 임상시험 책임자인 가천대 길병원 김광원 교수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했고 췌도이식은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 치료법이 없는, 생명을 위협받는 저혈당무감지증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치료 방법"이라며 "현재 대상 환자는 제한적이지만 1상 연구를 통한 안전성 확보 이후에 효능 확인 등을 통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이종이식학회와 협의해 이종이식을 위한 국제 선언을 2008년 발표한 바 있다. 2009년 합의문 발표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국제 기준을 제시했다. 미국에서 규제당국 허가를 받아 진행한 이종이식 임상시험은 없으며, 전세계에는 중국 등 4개국에서만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