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75% 막혀도 무증상?... '조용한 살인자'인 병은?
동맥 혈관은 우리의 생명과 직결돼 있다.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을 제외한 동맥에서도 다양한 질병이 발생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는 "심하면 사망하거나 다리절단까지 가져올 수 있어 (동맥 혈관 관련 질병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장 및 뇌혈관을 제외한 동맥 질병으로 다리의 괴사를 일으킬 수 있는 장골동맥폐색증과 하지동맥폐색증, ‘뱃속의 시한폭탄’이라고 부르는 복부동맥류가 있다.
혈관 관련 질환이 증상이 없어 무섭다. 혈관에는 신경이 없어 아무런 증상도 느낄 수 없다. 그러다 75% 정도 혈관이 막히게 되면 증상이 나타난다.
다리괴사 부르는 장골·하지동맥폐색증
말초동맥질환 중 대표적인 것은 장골동맥폐색증과 하지동맥폐색증이다. 장골동맥은 복부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골반 안에 있는 큰 동맥으로, 동맥경화나 혈전으로 막히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매우 애매해 다른 질환과 헷갈리기 쉽다. 걸을 때 종아리나 엉치가 터질 것 같이 아프고, 잠시 쉬면 증상이 가라앉는데,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오인할 수 있다. 때문에 고관절과 척추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반드시 장골동맥을 살펴봐야 한다.
혈액이 통하지 않는 막힌 쪽 다리가 차가운 느낌도 든다. 따라서 엉덩이 부위부터 허벅지 쪽으로 이어지는 근육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혈관외과 검사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통증 정도만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피가 통하지 않아 조직이 괴사될 수도 있다.
하지동맥폐색증도 계속 늘고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늘어나면서 50대 환자에서 적지 않게 발생한다. 장골동맥폐색증과 증상도 비슷하다. 질환이 진행하면 다리가 차갑게 느껴지고, 발가락 색깔이 검게 변하며, 발의 상처도 잘 낫지 않으며 심하면 다리 괴사될 수 있다.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혈압 차이를 비교해 진단할 수 있다.
뱃속 시한폭탄 복부대동맥류
동맥질환 중에서 가장 위험한 질환은 복부대동맥류 파열이다. 대동맥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어느 순간 압력이 높아지면서 파열한다. 심장에서 내려오는 혈액이 모두 뱃속으로 빠져나간다. 응급실 도착 전에 사망률이 20%, 30분 이내에 응급실에서 수술실에 올라간다고 해도 생존률이 절반에 불과하다. 터진 혈관을 막을 때까지 4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복부대동맥류의 가장 큰 원인은 혈관의 노화다. 실제 환자 연령대를 보면 60대부터 늘어난다. 여기에 당뇨병나 고혈압 등 혈관건강이 안 좋은 이들에게 더욱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피부에 작은 구멍을 뚫고 이곳으로 풍선을 집어넣어 우선 혈액이 쏟아져 나오는 혈관을 막고, 스텐트를 넣어 혈관통로를 확보한다거나, 인조혈관을 덧대 터진 곳을 막는 시술을 통해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생존율도 높이고 있다.
건강한 혈관 지키는 법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 등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지방식과 고칼로리 식단을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조 교수는 "특히 운동은 혈관의 탄력을 강화시켜주는 최고의 예방법이다"이라면서 "심폐운동 뿐 아니라 근육을 키워주는 근력운동도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담배는 혈관에 가장 큰 적이며, 흡연은 혈관질환 발병률을 4배에서 8배까지 높인다. 혈압과 혈당관리도 중요하며, 고령자도 혈관질환 고위험군이므로 나이가 들수록 혈관건강에 더욱 신경 써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