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술상장 바이오벤처, M&A 기업 ‘제물’ 되나?
헬릭스미스, 경영진-소액주주 갈등 증폭
바이오벤처 1세대인 헬릭스미스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경영권을 양수도한 헬릭스미스-카나리아바이오엠측과 소액주주간 대립으로 엔젠시스 등 신약파이프라인 연구개발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영권을 인수한 회사가 M&A 전문기업이라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 바이오 부문 사업을 접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헬릭스미스 경영진 – 소액주주 왜 대립하나?
헬릭스미스는 지난달 31일 이사 5명 선임을 안건으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회사 측과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의 대립으로 주주총회는 다음 날 새벽 2시가 넘어 끝났다.
주주총회에서는 헬릭스미스를 인수한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추천한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사내이사로, 홍순호 전무와 박성하 변호사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비대위의 반대로 김병성 세종메디칼 대표와 김정만 변호사 이사의 선임은 불발됐다.
이번 임시총회는 헬릭스미스 창업자인 김선영 대표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경영권을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양도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김선영 대표는 지난해 12월 11일 카나리아바이오엠에 350억원 규모의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을 넘기는 내용의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자회사인 세종메디칼이 발행하는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내용이 계약 조건에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50억원에 헬릭스미스의 경영권을 양도받은 것이다.
신주 발행 후 카나리아바이오엠의 헬릭스미스 지분율은 7.3%,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지분율은 4.8%로 바뀐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측은 경영권 양도 당시 헬릭스미스의 시가총액이 5000여 억원, 본사 사옥가치만 1200억 원, 현금 보유액이 800억 원대에 달했다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긴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강력 반발했다.
▲ 3월 주주총회까지 불안한 동거 불가피
김선영 대표이사의 경영권 양도로 최대 주주 지위를 획득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사 5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으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주주총회 결과 추천한 5명 중 3명만 선임되면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도 헬릭스미스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헬릭스미스는 3월 정기주주 총회까지 카나라아바이오엠 우호 인사 5명(기존 경영진 3명, 카나리아바이오엠 추천 2명), 소액주주 추천 이사 3명 등의 불안한 동거에 들어가게 됐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31일 임시주총 과정과 결과 등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 경영권이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넘어가는 것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임시주총에서 헬릭스미스는 소액주주연합회가 온라인투표를 제외한 종이위임장을 받아 확보한 지분율 30%에 대해 자본시장통합법147조와 150조의 '5%룰'을 적용해 25%의 의결권을 무효화해 법적 분쟁의 소지를 남겼다. 상장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자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신고해야 하는데 소액주주연합회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회사 측은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분율 5%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인정했다. 소액주주연합은 위임장은 '주식 보유' 가 아닌 주총안건에 대한 위임인데도 이 룰을 적용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회측은 “주주총회 무효 소송과 이사직무정지 신청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3월 주주총회까지 헬릭스미스와 소액주주들간의 법적 분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회사 측은 "의결권 제한의 실제 대상은 8.9% 였으며 25%가 아니다"면서 "법적 검토를 거쳐 의결권을 제한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다툼이 예상된다.
▲ 헬릭스미스 운명 어떻게 되나
소액주주들은 카나리아바이오엠측 이사진이 헬릭스미스 경영권을 장악하게 되면 보유한 현금, 신약 파이프라인 등의 자산이 카나리아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관련 회사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헬릭스미스 김선영 대표는 주식을 전혀 매도하지 않았으며, 향후에도 회사에 재직하면서 R&D와 임상개발 및 기술이전 등 사업개발 전반을 지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헬릭스미스는 소액주주와 분쟁 및 경영권 양도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인지 가시적인 연구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의 동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 측이 추천한 A이사는 “경영권이 M&A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에 넘어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로 인해 연구직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김선영 대표를 지지하는 주주들은 "헬릭스미스의 전부인 엔젠시스 임상 성공을 위해 현재 연구인력이 원하는 대로 지원해 주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 김선영 대표 체제로 회사가 운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바이오벤처 1세대인 헬릭스미스의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 주력 파이프라인 임상 실패, M&A 전문기업으로 경영권 이전, 경영진과 소액주주간의 갈등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바이오벤처 기업에서는 발생해서는 안되는 금기사항이 헬릭스미스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이 같은 금기사항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헬릭스미스가 몰락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특례 1호로 코스닥시장에 사장돼 바이오벤처의 신화로 자리잡았던 헬릭스미스가 신화를 넘어 롤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소액주주들간의 대립이 종식되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어떤 회사?
카나리아바이오엠(옛 두올물산)은 1955년 설립된 자동차 내외장재 개발 생산 회사다. 완성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자동차 카페트, 트렁크 드림, 휠가드 등을 거래하고 있다. 2021년 매출 89억5400만원, 영업손실 10억82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현대사료를 인수해 카나리아바이오로 사명을 바꿨고 7월에는 의료기기 회사 세종메디칼 인수 계약을 체결해 세종메디칼 관계사인 신약개발사 제넨셀을 지배하고 있다. 12월에는 GMP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두원사이언스제약, 올해 1월 에이티세미콘이라는 회사가 갖고 있는 리더스기술투자를 인수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전환사채(CB) 발행을 적극 이용했다. 전환사채는 사채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소유자의 청구에 의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를 말한다.
기업이 처음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는 일반 회사채와 똑같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나 주식전환권이 발동하면 투자자가 원할 때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처음에 A라는 회사를 인수해서 A회사 이름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그 돈으로 B회사를 인수하고 또 B회사 이름으로 대출받는 방법을 반복하며 인수기업을 늘려가는 것이 M&A 전문기업들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최근 논란이 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도 2010년 경영권을 쥔 쌍방울을 발판으로 전환사채를 계속 발행해 광림과 SBW생명과학 등 8개의 상장사를 거느렸다.
일부 M&A 전문기업의 경우 전환사채를 주고받으며 기업을 인수한 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띄우고, 기대한 시세차익을 얻으면 회사를 껍데기(?)로 만들고 손을 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같은 사례로 인해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측은 카나리아바이오엠측의 경영권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 헬릭스미스의 신약 물질
헬릭스미스의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은 VM202 엔젠시스는 간세포성장인자(HGF)의 2가지 동형체(HGF728, HGF723)를 동시에 발현하도록 설계된 플라스미드 DNA 치료제이다. HGF는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고 신경의 성장과 재생을 촉진하는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가진 단백질이다. 엔젠시스를 근육에 투여했을 때 HGF 단백질을 높은 수준으로 생산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간단한 근육주사로 각종 허혈성질환이나 신경질환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엔젠시스의 타깃은 심혈관질환 및 신경계질환 시장으로 현재까지 이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해 줄 효과적인 약물이 개발 허가되지 않았다.
미국 FDA에서는 엔젠시스(VM202)의 과학적, 임상적 결과들을 인정해 지난 2016년 희귀의약품(Orphan Drug)과 패스트트랙(Fast Track), 2018년 VM202-DPN(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첨단재생의약치료제(RMAT, 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로 지정한 바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엔젠시스가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임상3상에서 실패하기는 했지만 다른 적응증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지속적인 투자 여건만 조성되면 기술 이전과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노스랜드 바이오텍사에 라인센싱한 VM202가 중증허혈성환자(CLI) 대상 임상 3상을 진행중이고, 미국과 한국에서 근위측증 측삭경화증에 대해 임상 2상을 완료했다. 또 한국에서 허혈성 심장질환 치료제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7개의 유망 전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