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영웅' 김영희, 평생 괴롭힌 말단비대증이란?
[오늘의 키워드] 거인병과 말단비대증
1984년 미국 LA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농구의 은메달 획득에 기여한 농구영웅 김영희 선수(59)가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05cm의 한국 여자농구 최장신 선수였다. 1987년 말 다음해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 말단비대증 증상으로 갑자기 쓰러져 뇌수술을 받고 은퇴식도 없이 농구 코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최근까지 체육연금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투병했다.
흔히 거인병(증)과 말단비대증을 혼동하지만 서로 다른 질환이다. 두 질환은 모두 성장호르몬이 계속 나와서 과도하게 키가 크는 증상은 동일하다.
두 질환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성장 시기다. 거인증은 성장판이 닫히기 전인 사춘기에 키가 2m 이상으로 자란다. 뼈 기능은 정상이지만, 상대적으로 근육의 힘이 약해 심혈관계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말단비대증은 성인이 되고 성장판이 닫힌 이후에도 성장호르몬이 분비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긴 탓이다.
평균 40세 정도에 발생하는 말단비대증은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다 서서히 나타나기에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도 쉽게 알기 어렵다. 손, 발, 코, 턱 등 신체 말단 부위가 크고 굵어지며, 성대가 두터워져 목소리도 변한다. 심장을 비롯한 내부 장기도 비대해진다.
이 탓에 심혈관계 이상으로 심장 비대,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당뇨병 등 대사 장애, 대장암을 비롯한 종양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말단비대증은 혈액 검사를 통해 혈중 호르몬 농도를 확인해 진단할 수 있다. 뇌하수체 종양 확인을 위해 CT(컴퓨터 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과거에는 난치병이었다. 최근에는 수술 기법과 치료제의 발달로 완치가 가능하다. 치료는 크게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두개술 혹은 뇌 내시경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경구용 도파민 유도체나 소마토스타틴 유도체 주사제 등의 약물 치료가 가능하다.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수술 뒤에는 비정상적인 성장호르몬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치료가 이뤄진다.
국내 말단비대증 환자는 8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며 정부에서 희소질환으로 인정해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한다. 말단비대증 재단(희귀난치성질환연합, 희귀질환센터)에서도 약물 치료 비용 일부를 지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