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증’ 농구스타 김영희 떠나다...향년 59세
‘말단비대증’으로 오랫동안 투병... 31일 별세, 4일 발인
'거인증’ 으로 불리는 ‘말단비대증’ 때문에 오랫동안 투병해 온 농구스타 김영희(59)씨가 지난달 31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84년 미국 LA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농구가 은메달을 따내는데 큰 기여를 했다. 키 2m가 넘는 최장신 센터로 상대를 압도하는 플레이로 여자 대표팀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체육훈장 백마장과 맹호장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7년 11월 말단비대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실업농구 한국화장품에서 뛰던 그는 정든 농구코트를 떠나야 했다. 말단비대증은 성장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과잉 분비돼 몸과 장기 등이 커지는 병이다. 고인은 뇌종양, 갑상선 질환, 장폐색 등 합병증과도 싸워야 했다.
김영희씨는 2021년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에 출연해 “2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았다”면서 “몸속 장기가 커지는 병이기 때문에 예전에 수술했던 곳에 피가 많이 고여 있었다. 힘든 고비를 넘겼다”며 근황을 전했다. 한 달에 체육연금 70만원으로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당시 “후배 농구선수 서장훈과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운동했던 허재 감독이 치료비에 보태쓰라고 돈을 보내줬다. 정말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다. 고마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영희씨는 “가수 임영웅의 노래가 투병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임영웅의 팬클럽 ‘영웅시대’ 회원들이 김영희씨에게 성금 10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1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부천 하나원큐 경기 시작에 앞서 고인을 기리는 추모 묵념이 진행됐다. 고인의 발인은 4일 오전 8시30분 부천 다니엘 장례식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이다.
◆ 말단비대증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성장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과잉 분비되면서 키, 장기 등이 커지는 병이다. 이 때문에 ‘거인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말단비대증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이후의 증상도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최종 진단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말단비대증이 성장기에 발병하면 키가 커지고 성장기 이후에 발병하면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몸의 말단 부위인 코, 턱, 손, 발 등이 커진다. 성대가 두터워져 목소리도 변한다. 두통이나 시력 손상, 당뇨병, 심장 비대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말단비대증은 혈액 검사를 통해 혈중 호르몬 농도를 확인하여 진단할 수 있다. 뇌하수체 종양 확인을 위해 전산화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