쌕쌕대는 숨소리, '이걸'로 감별해야 정확
AI, 전통적인 청진 방식 대체...정확성, 안전성 높여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이 있는 아이의 비정상적인 숨소리인 '천명음'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경훈 교수팀이 AI로 천명음을 감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호흡기질환이 있으면 폐로 오가는 공기 통로인 기도가 좁아지면서 압력이 발생한다. 이 압력으로 숨을 쉴 때마다 가슴에서 '쌕쌕' 소리가 나는데, 이를 '천명음(wheezing)'이라고 한다. 구조적으로 기도가 좁은 소아는 천식, 기관지염 등이 발생하면 천명음이 성인보다 잘 발생한다.
천명음은 소아의 호흡기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는 중요한 지표라는 것. 현재 천명음을 판별하는 수단은 '청전기'다.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직접 숨소리를 듣는 전통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는 건데,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검사법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의사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정확도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김 교수팀은 청진 방식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AI 연구를 수행했다. 소아 호흡기 전문가들이 교차 검증한 소아 호흡기 환자 287명의 호흡음을 기계 학습에 사용한 것.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면서 AI의 학습능력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34개 레이어(층)의 '레즈넷(ResNet) 인공신경망 기술'을 적용했다. 인공신경망 레이어가 필요 이상 많아도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34 레이어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적용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번 알고리즘은 정확도 91.2%, 정밀도(동일 조건에서 측정한 값의 일정한 정도) 94.4%로 임상 현장에서 충분히 적용 가능한 수준의 높은 정확성과 안정성을 보였다.
소량의 메모리 공간만 있으면 소아의 호흡음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향후 해당 알고리즘을 모바일기기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김경훈 교수는 "소아는 구조적으로 기도가 좁아 천명음이 발생하기 쉽고, 허파꽈리(폐포)의 표면적도 적어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성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며 "호흡기질환을 조기에 진단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상태에 맞춘 최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이번 인공지능 모델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출판 그룹 온라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