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마리 정치인이나 판사를 AI로 대체한다면?
[이성주의 건강편지]
90년 전 오늘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의 수상에 오릅니다. 나치당은 1932년 두 차례 선거에서 제 1당에 올랐지만 득표율이 50%에 못 미쳐 당수인 히틀러가 수상에 취임하지 못합니다. 그를 구원한 사람은 ‘금융 천재’ 얄마르 샤흐트였습니다. 그는 금융인과 기업인들의 서명을 받아 힌덴베르크 대통령에게 수상 임명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1933년 1월 30일 수상에 취임한 히틀러는 ‘독일판 뉴딜 정책’을 펼치면서 한편으로는 재무장을 추진합니다. 샤흐트는 미국의 자본가와 대기업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지만, 히틀러의 야심이 전쟁에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거리를 두려다가 파면당합니다. 1944년에는 히틀러 암살미수 사건과 연루됐다는 혐의로 체포돼 강제수용소에 구금되기도 하지요. 이 덕분에 종전 후 전범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습니다.
샤흐트는 그나마 마지막에 악의 수렁에서 빠져나왔지만, 왜 상당수 독일 국민은 나치의 광기에 휩쓸려서 악행의 선봉장이 됐을까요? 한나 아렌트는 악을 깨닫지 못하고 행동하는 ‘악의 평범성’을 뿌리로 봤고, 에리히 프롬은 대중이 고독과 불안을 감내하지 못하고 독재자에게 자유를 저당잡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 똑똑한 독일 국민이 정말 왜 그랬을까요?
요즘 지식인의 최대 화두는 오픈AI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챗GPT이지요? 원래 앨런 머스크가 주도해서 닻을 올렸지만, 머스크가 빠지고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의 최대 주주가 됐지요. 구글이 조만간 엄청난 기능의 AI를 선보일 것이고, 오픈AI도 챗GPT의 다음 버전을 오픈하면 사람들이 또 한번 놀라겠네요. 아마존과 애플은 온라인뿐 아니라 방대한 서적의 지식을 포함하는 AI를 개발하고 있고, 테슬라 그룹은 트윗의 방대한 대화까지 포함하고 있다지요?
이미 AI가 제공하는 선택적 콘텐츠 속에서 지내며 극단의 정치 이념에 이성을 맡기고 양극화하고 있는 인류가 조만간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대신에 AI에게 사유를 맡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만약, 사악한 정치인이나 법조인 대신에 AI에게 정치나 판결을 맡기는 것이 공정하다면, AI로 대체하는 것이 옳은 걸까요? 그것도 프롬이 말한 ‘자유로부터의 도피’라고 할 수 있을까요? AI가 사람을 거의 닮게 된다면, 못된 사람 대신에 착한 AI를 사랑하는 것도 ‘생각 없는 평범성’에 해당할까요?
챗GPT는 인간의 첫 번째 한계를 묻는 질문에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이성적·논리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는데, AI가 이성적·논리적 판단을 하고 사람은 이에 따르는 것은 잘못된 걸까요? 그렇다면 AI가 주인이고, 사람은 피지배자가 되는 건가요? 그런 질문을 하는 사고 틀 자체가 인류 뇌의 편협함과 편견성에서 오는 것일 따름인가요?
1951년 오늘은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제네시스의 드러머 필 콜린스가 태어난 날이네요. 요즘엔 ‘백설공주’의 주인공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도 출연한 릴리 콜린스의 아버지로도도 유명하지요? 필의 노래 가운데 영화 《Against All Odds》 주제곡 ‘Take a Look at Me Now’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