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세대, 부모보다 빨리 늙는 첫 세대 될 것"
사람마다 노화시계 속도 달라... '처방 연쇄' 문제 해결해야
지금의 30, 40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불린다. 전문가에 의하면 이 세대는 '부모보다 빨리 노쇠한 첫 세대'라는 불명예까지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30, 40대가 살아가는 환경과 생활 방식 등이 노화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26일 '노인 건강 관리 정책 방향' 원탁회의(한국보건의료연구원 개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베이비부머인 1958년생 앞뒤 10년 세대는 굉장히 건강하게 나이 든 세대"라며 "반면 현재의 3040은 번뇌와 분노가 들끓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을 해하는 요인으로는 ▲거주, 재정 상태 등으로 인한 기저스트레스 ▲배달문화를 통한 초가공식품 등의 섭취 증가 ▲유튜브, OTT 등을 통한 수면 박탈 ▲코인 등의 투기 플랫폼 및 각종 소셜미디어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가중 ▲마음챙김을 파괴하는 업무 환경 등을 꼽았다.
여기에 주로 앉아서 보내는 좌식 생활, 고단백 중심 식생활 등도 비만과 노화를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보았다. 정 교수는 "젊은 세대의 건강이 부모 세대보다 악화되고 있다"며 "모든 건강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화 문제를 단순하게 보는 시선도 노화를 앞당긴다고 지적했다. 노화에 대해 획일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는 의미다. 국내 의료 전문가와 미디어 등이 노화를 늦추려면 걷기, 소식하기, 단백질 먹기 등 단편적인 대답을 내놓는다는 것.
사람마다 태어난 환경과 조건이 다르고, 노화시계도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하나의 해결책은 없다. 정 교수는 "방송국에서 건강을 얘기할 때 '단백질 먹고 운동하세요'라는 만능(one size fits all) 해답을 내놓는다"며 "만성질환, 숨겨진 질환, 부적절한 약제 사용, 인지기능 저하 등 노화 정도에 따른 방법은 복잡해 통편집된다. 많은 건강 정보들이 왜곡돼 있고 타깃 설정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각 개인이 갖고 있는 건강 문제들을 총합해 보는 개념이 부재하다는 것. 국내에서는 개별 질환 중심의 의료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특정 증상이 나타나면 특정 진료과에 방문하고,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또 다른 진료과에 방문하며 '처방 연쇄'가 발생하는데, 이는 급성 노쇠를 유발한다. '경미한 허약'에서 '중증 허약'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된다는 것. 정 교수는 "나이가 들면 고장 나는 곳이 늘고, 먹는 약도 많아진다. 증상별로 개별 의사들을 만나면 처방 연쇄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노년내과는 약을 정리하며 어떤 처방 연쇄가 발생했는지 살피고 이를 조정한다. 사람을 통합적으로 돌보는 환경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