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로 신장암 판단...베트남 환자, 한국서 수술 성공
서울성모병원 홍성후 교수, '하대정맥혈전 동반 신장암' 로봇 수술 시행
원격진료시스템을 통해 국내 의료진을 처음 만났던 베트남 환자가 국내에 들어와 신장암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이 환자는 생존율이 떨어지는 하대정맥혈전 동반 신장암을 앓고 있었다.
베트남 남성 환자인 레 쟝반(63) 씨는 지난해 12월 원격진료시스템(보이닥·VOIDOC)으로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홍성후 교수를 만났다. 원격진료를 통해 쟝반 씨의 CT, MRI 검사 결과를 확인한 홍 교수는 하대정맥혈전이 동반된 신장암을 의심해 수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하대정맥혈전 동반 신장암은 전체 신장암의 4~10% 정도로, 종양과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1년 생존율이 30%에 못 미친다. 혈전제거술과 근치적 신장적출술에 성공하면 5년 생존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진다.
수술이 필수지만 수술 난이도가 높고 위험하다. 하대정맥은 온몸의 피가 심장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거치는 정맥으로,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혈관이다. 이 정맥에 생긴 혈전을 치료하려면 정맥을 박리 후 동여매거나 절개한 다음 혈전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량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서 폐, 뇌 등에 색전증(혈관 협착이나 폐색)이 발생해 수술 도중 사망할 수도 있다.
수술 시에는 비뇨의학과, 혈관외과, 흉부외과 협진이 필요하다. 보통 개복수술을 시행하며 로봇 수술을 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홍 교수는 지난 2016년 국내 최초로 복강경을 이용해 이 수술을 시행한 이후, 지금까지 복강경과 로봇 수술을 하고 있다.
홍 교수는 쟝반 씨에게 로봇을 이용한 근치적 신장적출술과 하대정맥혈전제거술을 시행했다. 수술 4일 후인 지난 21일 쟝반 씨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전 세계 해외 환자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병원의 원격진료프로그램인 보이닥을 이용해 영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으로 원격진료를 확대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