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감기약...전 세계 어린이 300명 사망
에틸렌글리콜 등 부동액에 쓰이는 유독물질 포함
유해물질이 든 감기 시럽을 먹고 사망한 전 세계 어린이가 3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감비아, 인도네시아에서 원인불명의 아동 사망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 등이 원인일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으나, 이후 감기 시럽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아동의 소변과 혈액 검사에서 에틸렌글리콜(EG), 다이에틸렌글리콜(EDG) 등의 독성 화학물질이 발견된 것. 이는 인도 제약사 메이든이 제조한 감기 시럽 4가지, 인도네시아산 시럽제 8가지 등에서 검출된 성분이다.
문제가 된 에틸렌글리콜 성분은 자동차 부동액으로 널리 사용되는 화합물로,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원료나 플라스틱의 원료 등으로 이용된다. 또 다이에틸렌글리콜은 폴리유레탄과 불포화 폴리에스터 수지 제조 등에 사용된다.
감비아, 인도네시아에 국한된 문제인 줄 알았던 감기 시럽 사망 사건은 현재 전 세계 7개국으로 확산됐다. 주로 5세 이하 아동에서 발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 에틸렌글리콜, 다이에틸렌글리콜 등 산업용 용제로 쓰이는 유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감기 시럽은 소량만 복용해도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된 기침 시럽은 확산되지 않도록 유통 차단을 요청했다.
감기 시럽 복용 후 발생한 아동 사망 사건은 '급성 신장질환'과 연관이 있었다. 허용치 이상의 독성물질이 포함된 감기 시럽을 복용한 아이는 3~5일 내 신장 이상이 발생했고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
독성 물질을 원료로 한 감기 시럽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현재 일부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비공식 시장을 통해 다른 국가로 추가 유통됐을 수 있다는 점에서 WHO는 감시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