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GPS, 치매 예방 기회 빼앗는다?(연구)

실제 지도로 방향감각 연습하면…알츠하이머병 예방 가능

나침반과 옛날식 지도를 보며 목적지까지 누가 빨리 도착하는지 겨루는 스포츠 '오리엔티어링'. 자동차 GPS에 의존하지 않고 지도와 나침반으로 갈 길을 찾으면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GPS(위성항법장치) 앱을 끈 채 옛날식 지도를 보면서 갈 길을 찾으면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은 야외 스포츠인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 경험을 가진 18~87세  건강한 성인 158명의 공간처리 능력을 조사했다. 오리엔티어링은 산과 들, 숲에서 지도와 나침반만 갖고 특정 지점을 거쳐 목적지에 누가 가장 빨리 도착하는지 겨루는 스포츠다.

연구 결과 오리엔티어링을 즐기면 두뇌가 훈련되고 인지력이 낮아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걸로 나타났다. 오리엔티어링에 참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공간 탐색력과 기억력이 훨씬 더 높았다. 일상생활에서 길을 찾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맥마스터대 제니퍼 헤이스 교수(신체운동학)은 “탐색 기술과 기억력을 날카롭게 해주는 오리엔티어링이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의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오리엔티어링을 할 때 필요한 신체적, 인지적 능력은 고대 조상들이 사냥∙채집에 사용했던 뇌의 일부를 자극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수천 년 전에 새로운 신경경로를 만들어 거친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진화했다. 오늘날엔 먹을 음식도, GPS 앱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옛날과 똑 같은 뇌 기능은 불필요하다. 연구팀은 디지털 세계의 GPS 시스템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간 탐색력과 기억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뇌가 공간 정보와 기억을 처리하는 방식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방향 감각을 잃어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의 두드러진 징후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려면 먼 길을 떠날 때 자동차 GPS를 끄고 옛날식 지도와 나침반으로 길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리엔티어링을 달리기, 걷기, 자전거 타기 등에 매일 적용할 수도 있다. 오리엔티어링에는 6~86세 남녀가 참가한다. 이 연구 결과(Orienteering experts report more proficient spatial processing and memory across adulthood)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고 미국 과학문화포털 ‘스터디파인즈(Studyfinds)’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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