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정희 별세... 알츠하이머에도 지지 않은 예술혼
15년 만 복귀작 '시(詩)', 파킨슨 환자 열연... 10년 가까이 알츠하이머 투병
영화배우 윤정희 씨(79)가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윤 씨는 2017년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고 치료를 위해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유명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배우자며, 슬하에는 딸 백진희 씨를 뒀다.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난 윤 씨는 조선대 영문학과 재학 중 오디션에서 선발돼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그해 대종상영화제 신인상, 청룡영화제 인기 여우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안개’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 대표작인 ‘신궁(1979)’, ‘위기의 여자(1987)’, ‘만무방(1994)’ 등을 비롯해 28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73년에는 프랑스에 유학해 파리 제3대학에서 영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프랑스 정부로부턴 2011년 문화예술공로훈장도 수훈하기도 했다.
윤 씨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에 출연해 60대 중반의 여성 '미자' 역을 열연하며 또한번 주목받기도 했다. 이전 15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복귀한 이 작품에서 윤 씨는 파킨슨병 환자를 열연했다.
생활보조금을 받아가며 딸이 맡긴 10대 외손자를 키우던 노년의 여성이 문학강좌를 통해 생전 처음 시를 쓰며 삶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체화해가는 이야기에서 관객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당시 윤 씨 역시 미자의 캐릭터가 본인과 유사하다면서 큰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이 영화로 2011년 LA비평가협회와 시네마닐라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윤 씨는 사실상 배우 활동을 중단했으며, 이후 치매 초기 단계를 포함해 10년 가까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