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호소해도 14번 검사에 늑장치료" 유족, 국가에 소송
14번 중 한 번 양성...진단키트, 검사방식 적절했나 판단 필요
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고 정유엽 군(17)의 유족이 국가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 사망 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6일 국가와 경북 경산시, 경산중앙병원, 영남대병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유족 측에 따르면 정 군은 2020년 3월 40도가 넘는 고열이 발생했다. 경산중앙병원에서 폐렴 징후가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하고, 영남대병원에 입원했으나 엿새째 되는 날 사망했다.
대책위와 민변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경산중앙병원이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지 않은 채 처방했다. 증상 악화를 막지 못한 과실로 적기에 치료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영남대병원은 13번이나 코로나 검사를 하고도 정확히 치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군은 증상 발생 후 총 14번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13회까지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14번째가 돼서야 일부 검체에서 양성 판정이 나왔다. 그 사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음압실에서 사망했다.
현재 코로나19 진단기기의 허가 기준은 전문가용 기준 민감도 80% 이상, 특이도 95% 이상이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할 확률,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할 확률을 의미한다. 정 군이 코로나19 감염자라는 가정 하에 10번 중 8번은 양성 판정을 받아야 하지만, 14번 검사 중 1회만 양성 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정 군이 고열과 폐렴 증상을 보일 정도로 증세가 심각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양이 적지 않았다고 본다면, 진단키트에 문제가 있거나 검사 방식이 적절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여 이번 소송의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대책위와 민변은 공공의료 전달체계에 대한 관리가 부적절했으며, 이로 인해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산시와 정부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설명이다.
정 군의 유족 측은 정 군이 억울함 죽음을 당했다며, 위자료 약 2억 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