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 등장에...조기 진단 혈액키트 '방긋'
레카네맙, FDA 신속승인 허가...국내 진단키트시장 뜬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레카네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속 승인을 받으면서 알츠하이머 진단키트 시장도 떠오르고 있다. 이들 치료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질병 조기진단이 필수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알츠하이머 진단키트 상용화에 먼저 성공한 상태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시장 우수성을 인정 받은 데 이어 본격적인 알츠하이머 진단키트의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피플바이오는 알츠하이머 혈액진단 상용화에 가장 먼저 성공했다. 지난 2018년 4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알츠하이머 혈액검사키트 '알츠온'에 대해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신의료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글로벌 바이오사들보다 앞선 제품 출시로, 알츠하이머 신약이 시장에 도입되면 진단키트 사용량은 보다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츠온은 뇌 속에 축적될 수 있는 독성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만 선택적으로 검출해 알츠하이머 위험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한다. 혈장 채혈방식의 체외 진단검사로 간편하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의 검사 가능한 병원에 방문해 채혈하면 검체 수거·운송과 전문검사센터 분석 등을 거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다. 국내 병의원 120곳 정도에서 검사가 가능하며, 비용은 10원대로 다른 진단방식인 PET-CT와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피플바이오는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동남아 등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두고 있다. 글로벌 알츠하이머 진단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젠바이오도 혈액기반 치매 체외진단 의료기기 시제품을 개발했다. 시제품은 4개 바이오 기관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국가치매극복기술개발사업에서 발굴한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조기 진단으로 쓰이는 혈액기반 체외진단 의료기기이다.
파킨슨병과 루이소체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NGS 패널과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1번 검사로 치매와 관련한 유전적 인자와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 향후 치매 관련 다양한 임상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세계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치매 조기진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축적한 암 정밀진단 기술력을 치매 조기진단 기술로 활용해 퇴행성 뇌질환 진단, 치료, 관리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아직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키트를 상용화한 곳은 없다. 최근 일본에서 시스멕스 코퍼레이션이 에자이와 공동 개발한 혈액 진단키트가 후생노동성 허가를 받았다.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 정도를 측정해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비용이 많이 들고 조기 진단이 어려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의 방식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레카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효과적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에 유용한 진단키트들이 장기적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치매진단 방사성의약품 1위 업체인 듀켐바이오도 이번 신약 허가로 주목 받았다. 회사는 국내에서 진행된 레카네맙 임상에서 국내 임상시험에 사용된 방사성 의약품을 지난 5년간 약 200명분 이상 공급하기도 했다.
방사성의약품은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장비(PET) 검사에 쓰인다. 아밀로이드 베타 밀도를 이미지로 확인하도록 하는 의약품은 현재까지 방사성의약품이 유일하다. 회사는 비자밀(VIZAMYL) 등을 현재 국내 치매 이미지 진단시장에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는 보다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조기 치료를 비롯해 예방 목적의 진단 용도로도 방사성의약품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회사 관계자는 "치매 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약하기 위해선 아밀로이드 베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글로벌 제약사들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발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약 83만명으로 동일연령 노인인구 수의 약 10%에 달한다. 특히 다빈도 고령 질환인 파킨슨병도 매년 발생률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대다수 치매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