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초인종 장난, 치매아버지...요양원 입소 길 열린다
정부, 동남아 간병 인력 투입 추진...간호 + 간병 자격 갖춰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A씨(58)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직장에 가있는 오전과 오후에는 수시로 아파트 관리실에서 연락이 온다.
"아버지가 눈길에 맨발로 걸어 다니고 계세요. 일단 집으로 들여보냈습니다."
"다른 집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셔서 주민들 불만이 커지고 있어요."
업무 중 이런 전화를 받고 귀가하면 '간병 지옥'에 빠지게 된다. 아버지가 화장실 이용이 가능할 정도의 인지능력은 있지만, 일부 오물이 바닥에 번져 이를 처리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의 목욕을 돕고, 한밤중이나 새벽에 나가지 않도록 계속 살펴야하기 때문에 매일 선잠을 잔다. 혼자만 불편하면 다행인데, 이웃에게 끼치는 피해까지 커져 최근 요양원 입소 신청을 했다. 요양언은 간병인이 없어 입소자를 못 받는다. 언제까지 대기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A 씨처럼 부모나 가족의 간병에서 비슷한 사연을 지닌 사람이 늘고 있다. 간병인 부족으로 입소자를 못 받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간병인력 문제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간병인의 30% 이상은 중국동포다. F-4(재외동포비자)를 받고 들어온 조선족 간병인 등을 중심으로 간병인력이 꾸려지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들이 귀국하면서 인력난이 더욱 가중됐다.
돌봄 인력을 늘리기 위해 국내에서는 요양보호사 자격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간병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24시간 상주하며 근무해야 하고 근무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간병서비스업계 종사자인 B씨는 "우리나라는 의료기술, 의료보험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의원급, 종합병원, 대학병원, 요양병원 등 체계도 잘 갖춰진 의료선진국"이라며 "간병 문제가 의료체계를 흔들며 의료선진국의 그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베트남, 필리핀 등 16개국 간병인력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나경원 부위원장 주재로 진행된 회의에서 'E-7-2 비자' 신설 등을 통해 해외 전문인력 투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중 비자가 신설되면 머지않아 해외 간병인력이 투입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B씨는 "국내 인력만으로 간병인력을 채울 수 없다"며 "간호사 자격증이 있으면서 국제간병사 자격증(ISO 17024 인증)을 가진 해외 인력이 국내에 투입되는 방향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간병 스트레스', '간병 살인' 등 간병인 부족으로 인한 비극이 깊어지지 않으려면 인력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들여오는 것이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한국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간호사가 수천 명에 이른다. 이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간병인으로서의 기본 소양과 한국 관습 및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갖춘 해외 인력 투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