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썩는다는 친환경 봉지...실제론 2배 더 나빠 (연구)
자연에서 분해되도록 만들어진 친환경 봉지가 일반 비닐봉지보다 환경에 2배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퇴비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더 많이 배출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럴싸한 위장 환경주의 '그린워싱'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영국 맨체스터에 본사를 둔 공급망 플랫폼 스타트업 소스풀(Sourceful)이 최근 밝힌 연구에 따르면 처리 공장에서 폐기되지 않을 경우 퇴비화가 가능한 비닐봉지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악영향은 일반 비닐봉지의 2배에 달한다.
연구진은 전세계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의 4분의 3을 대표할 수 있는 21개 재료를 분석했다. 이 재료들은 모두 퇴비화 가능한 플라스틱, 버진 플라스틱(virgin fossil; 이전에 사용되거나 처리된 적이 없는, 화석 연료로 만든 새 플라스틱), 재활용 플라스틱, 종이, 퇴비화가 되지 않는 바이오 포장재 등 다섯 가지 종류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환경발자국 3.0 데이터세트(Environmental Footprint 3.0 datasets)를 이용해 각 제품에 대해 원료 추출에서 폐기 단계까지 라이프사이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퇴비화가 가능한 포장재는 봉지 하나 당 평균 이산화탄소 환산량 227g을 발생시켰다. 버진 플라스틱이 발생시키는 평균량인 118g에 비해 거의 2배다.
이산화탄소 환산량(CO2e)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으로 각각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온실가스별 온난화지수를 곱한 값을 누계해 산출한다.
물 및 토지 사용 등 영향 범주를 넓히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져 일반 버진 플라스틱보다 약 2.5배였다.
‘퇴비화가 가능(compostable)’하다고 표기된 비닐봉지는 감자나 옥수수 전분과 같은 식물성 물질로 만들어지지만, 분해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서 고온에 처리되어야 하는 등 특정한 조건이 필요하다.
퇴비화 인프라 부족으로 전문 시설에서 처리되는 양은 극소수이고,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하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퇴비화가 가능한 플라스틱이 매립지에 버려지게 되면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 분해되면서 메탄을 배출하기 때문인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34배 강력한 유해 온실가스다.
퇴비화가 가능한 포장재를 퇴비화 시설에서 처리하지 않을 경우 봉지 당 약 90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소스풀은 퇴비화가 가능한 비닐봉지를 지구에 좋은 것으로 마케팅하는 건 일종의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지적한다. 그린워싱이란 ‘green’과 세탁의 ‘washing’이 합쳐진 단어로, 환경을 보호하는 듯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환경 보호와 관련이 없는 행동을 하는 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