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으로 장수할 수 있을까.. 위급할 때 병원은?
수도권, 지방의 '의료 격차' 갈수록 심화
산에서 생활하는 ‘자연인’의 일상을 담은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도시의 번잡함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산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은 생활전선에서 쪼들리는 중년 남성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내심 걱정도 된다. 깊은 산속에서 살면서 위급한 병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멀고 먼 병원을 갈 수 있을까? 요즘엔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 요건에 병원과의 거리도 포함된다고 한다. 뇌졸중 등 위급한 병은 빨리 치료해야 몸의 마비 등 큰 후유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중년은 위급한 병이 많이 생기는 나이... 뇌졸중, 심장병, 암 등
40세를 넘어 50, 60대가 되면 몸의 곳곳에서 탈이 난다. 특히 혈액에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을 막으면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심장병(심근경색- 협심증), 생명을 건져도 몸의 마비를 불러오는 뇌졸중(뇌경색-뇌출혈) 위험이 커진다. 생활습관이 원인이지만 5~10%는 유전도 영향을 미친다. 공기 좋은 산에서 살아도 가족력은 피할 수 없다. 혼자 사는 사람은 아플 때 가장 힘들다고 한다. 병원 치료에 동행하는 등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 자연인만 걱정? 지방은 소도시에도 필수의료 의사 부족 시달려
산속에서 사는 자연인만 걱정할 게 아니다. 지방은 소도시라도 위급한 병을 볼 수 있는 전문의가 없는 곳이 많다. 특히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전국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극심한 의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생명이 위태로운 심근경색 환자가 급하게 병원을 찾아도 심장수술 할 의사가 없어 다시 대도시로 달려가야 한다. 갑자기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도 마찬가지다. 임신부들은 출산 예정일에 맞춰 대도시에서 ‘하숙’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수도권에 몰린 의사들... 서울 종로구 16.3명 vs 강원 고성군 0.45명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서울 종로구는 16.3명이지만 강원 고성군은 0.45명에 불과했다. 대구 중구 14.7명에 비해 강원 양양군은 0.47명에 그쳤다. 상급종합병원 43개의 절반이 넘는 22개가 수도권에 위치했다(최혜영 국회의원실). 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병원,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 생명 살리는 필수의료 의사 공백... 지방은 더욱 심각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의료원 35곳 중 26곳이 의사정원을 채우지 못했다(9월 기준). 2018년 7.6%였던 의료원 의사 결원율은 올해 14.5%로 치솟았다. 김원이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지방의료원 의사 현황'에 따르면 특히 4개 필수진료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모두 있는 지방의료원은 23곳(65.7%)에 불과했다. 6개 필수진료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비뇨기과) 의사가 있는 곳은 고작 8곳(22.9%)에 그쳤다.
◆ 지방에 수술할 의사 사라지는 이유는? 대책은?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들이 극심한 의사 인력난을 겪는 이유는 수도권 민간병원에 비해 낮은 급여와 미흡한 가족생활 여건 등이 꼽힌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 의사 인력 확보를 위해 최근 도입한 공공임상교수제는 150명을 목표로 했으나 지원률이 매주 저조하다. 의사 정원 확대와 함께 의무적으로 지방에 근무하는 '지역 의사제'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의료수가-수당 인상 등을 통해 지역 의사들을 배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무기한을 정하는 문제 등 실효성을 두고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일정 기간 지역 근무를 마친 의사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대거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