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트라우마’ 우울증... ‘이 약’ 좋아
‘약발 없는’ 환자의 3분의 1에 효과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난치성 우울증이 있으면서 어린 시절 트라우마(외상)를 겪은 환자에게는 전신 마취제인 마약류 ‘케타민’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케타민은 ‘스페셜 K(Special K)’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국내 유흥업소에서도 불법 유통돼 문제를 일으켰다. 정맥이나 근육으로 투입되는 주사용 약물이다.
미국 베일러의대 연구팀은 케타민을 3회 주입한 난치성 우울증 환자 약 300명을 조사, 분석했다. 이들 환자는 평균 연령이 40세이고 대부분 남성이었다. 이들은 앞서 두 가지 이상 우울증 치료제(항우울제)를 처방받았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연구 결과 참가자 가운데 약 3분의 1이 케타민 투여로 우울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베일러의대 브리타니 오브라이언 조교수(정신의학 및 행동과학)는 “특히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었고 증상이 심한 우울증 환자는 케타민에 빠르고 강력한 반응을 보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녀는 “많은 연구에서 의료 전문가가 통제된 환경에서 제공하는 케타민이 안전하고 중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두 가지 이상의 기존 우울증 치료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우울증 치료제로 에스케타민(Spravato)이라는 케타민 유도체를 2019년 승인했다. 에스카타민은 코로 뿌리는 약(비강 스프레이)이다. 우울증 환자가 이 같은 기존 약물을 1차 치료제를 처방받고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케타민의 사용을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통상 우울증 치료제가 효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선 6~8주 걸리지만 케타민은 이보다 훨씬 더 빨리 효과를 나타낸다. 특히 일부 환자는 케타민을 처음 주입한 지 몇 시간 안에 기분이 좋아진다. 연구팀에 의하면 케타민을 투여하면 안되는 우울증 환자에는 정신분열증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 케타민을 남용할 위험이 높은 사람, 심장병이 있는 사람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케타민이 안전하다. 케타민은 우울증 치료제로 FDA의 공식 승인을 아직 받지 못했다.
이 연구 결과(Replication of distinct trajectories of antidepressant response to intravenous ketamine)는 ≪정동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렸고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