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죽음'도 '이태원 참사 희생'으로 인정해야
용혜인 의원 "국무총리실, 생존자의 트라우마 죽음을 '없는 양' 취급 고수"
최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종전 158명에서 159명으로 정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참사 1개월여 만인 지난 12일 한 생존 고등학생이 참사 트라우마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9일 국회에선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기관보고가 진행됐다. 이날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로 인한 생존자의 죽음도 참사 희생자로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용 의원은 △트라우마로 인한 생존자 죽음을 참사 희생자로 인정 및 지원할 것 △생존자·유가족 대응 현황 전수조사 △행정안전부 추가 현안보고 △원스톱지원센터 등 해당 기관의 사과와 재발방지조치 등을 요청했다.
용 의원은 "2주 전 이태원 참사의 10대 생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것"이라며 지난 12일 고인이 된 생존자의 어머니가 용 의원에게 보낸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문자에서 유족이 된 어머니는 "제 아이는 이번 참사로 인한 희생자지만, 정부의 어떠한 기관으로부터 저희 아이가 죽은 이후로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원스톱통합지원센터에 문의한 이후에야 행안부는 '현행 재난관리법상 유가족에 해당하지 않기에 따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절차를 알아보고 있었다'는 믿을 수 없는 답변만 늘어놓았다"고 호소했다.
용 의원은 해당 문자를 받은 시점이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등 각 기관장이 국조특위에 출석해 유족에 대한 접촉을 제대로 살피겠다고 다짐한 다음 날이었다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문제의식 부족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모두가 아파했던 순간에조차 국무총리는 '의지가 더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피해자 탓을 했고, 심지어 이틀 전 기관보고에서도 사망자 수를 158명으로 집계하며 10대 생존자 학생의 죽음을 없는 양 취급했다"면서 "언론도 시민들도 모두 159명이라고 말하는데 국무총리실이 158명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정말 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안 가도 된다고 해도 굳이 학교에 나가고, 운동이 좋다고 운동도 끊어서 주 2회 헬스도 나갔다고 한다. 정부 당국과 국회의 부당한 처우로 인해 한 명이라도 더 잃으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후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서 행안부에서 검토할 수 있는지 권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상처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이 더 이상 없도록 심리치료와 정부의 세밀하고 따뜻한 접촉 등의 여러 가지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서 사고를 겪었던 고등학생 참사 생존자 A군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참사 당일 A군은 생명을 건졌으나 함께 했던 친구 2명은 숨졌다. 생전 A군은 이에 따른 심리적 충격으로 정기적인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온라인상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에 대한 악성 댓글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고인이 된 A군의 어머니가 용혜인 의원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2주 전 10·29 참사 때 두 친구를 잃고 트라우마로 인해 생을 마감한 A 학생 엄마입니다.
제가 연락드린 이유는 유가족 지원을 위한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라든지 정부의 어떠한 기관으로부터도 저희 아이가 죽은 이후로는 연락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덕수 총리가 치료 의지 부족이 아쉽다고 저희 아이에 대해 말씀하시더니 결과적으론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인한 죽음으로 정부에선 여기는 모양입니다.
제가 원스톱 지원센터에 하도 답답해서 이틀 전 직접 연락을 했더니 어리둥절 반응을 보이며 행안부에서 직접 전화한다며 통화를 마쳤고, 오늘(12월 28일) 행안부에서 온 전화는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으로 일관하며 우리 가족 같은 경우 현행 재난관리법상으론 유가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절차를 알아보고 있었다는 믿을 수 없는 답변만 늘어놓았습니다.
제가 굳이 원스톱센터에 문의를 안 했으면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 뻔한데, 왜 저에게 그럼 아이가 죽은 2주가 지나도록 전화 한 통화도 없었느냐 물으니 행안부는 유가족의 연락처를 모르기 때문에 연락할 수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제 아이는 이번 참사로 인한 희생자입니다. 참사 직후 극심한 혼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신 상담 치료 한번 못 받고 죽었습니다. 부상자이자 생존자였고 가장 소중한 친구 둘을 잃은 상황이었는데 정부에서 해준 것은 진료비 약값 청구하면 주겠다는 것밖엔 없었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두서없지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연락드립니다. 의원님 불쌍하게 삶을 마감한 우리 아이 억울한 상황 한번 살펴봐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