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내쫒기는 ‘주거 불안정’ 여성, 사망 위험↑
여성 ‘밀집 지역’, 주거 불안에 따른 사망 위험 5배 더 높아
임대료를 내지 못해 사는 집에서 쫒겨나는 여성들은 모든 원인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 연구팀이 카운티 686곳(거주자 6610만명)의 주택 퇴거율과 사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카운티 가운데 여성 비율이 높은 지역(약 50%)의 주거 불안정에 따른 여성 사망률이 나머지 지역에 비해 약 5배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흑인 거주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역의 여성 사망률도 훨씬 더 높았지만 흑인은 연구 대상자의 2%에 그쳐 한계가 있었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 메디컬센터 앤드류 수마르소노 조교수(내과)는 “살고 있는 집에서 퇴거를 당하면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이 크게 나빠질 수 있으며 특히 산모와 태아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주거지에서 퇴거를 당하는 것과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하고 확인한 첫 연구 결과”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값싸고 안정적인 주택은 공중보건 문제로 볼 수 있다. 당장 다음 주에 살 곳이 걱정된다면 건강에 대한 관심의 우선순위는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거 불안정으로 빚어지는 자살, 폭력 등 각종 생활 사건을 줄이기 위해선 저렴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주거 불안정과 여성 사망률의 연관성은 연령, 성별, 인종과 당뇨병, 고혈압, 콩팥병 등 건강 요인을 충분히 고려한 뒤에도 여전히 유효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퇴거율 증가는 여성과 소수자에게 특히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 결과(Association of US County-Level Eviction Rates and All-Cause Mortality)는 ≪일반내과 저널(Journal of General Internal Medicine)≫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가 소개했다.
주거 불안정은 우리나라 미혼 남녀가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49세 미혼 청년층은 결혼 연기 또는 포기의 이유로 주거 불안정(31%), 불안정한 일자리(28%) 등을 들었다. 또 국민 10명 중 6명 꼴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거 불안정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많은 사람이 임대료 체납 등 문제로 퇴거를 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 고시텔 입주자 2명이 퇴거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된 적도 있고, 다세대 주택에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던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