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암 유전요인' 발견... 생존기간 2배 늘린다?
[오늘의 키워드] PWWP2B 단백질 변이
위암은 한국인이 가장 잘 걸리는 암 중 하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한국인에게서 위암을 유발하는 유전 요소를 발견했다. 향후 이를 활용해 예방·치료·예후 예측을 아우르는 '위암 원스톱 치료'의 가능성은 물론, 환자의 생존기간도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 유전체에 존재하기 쉬운 'PWWP2B 단백질 변이'가 위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찰이다. 이는 한림대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장대영·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김홍태·숙명여대 생명시스템학부 김용환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의학계는 위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유전체 불안정성'을 추정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어떤 유전자나 염색체, 단백질에 이상이 생겨 위암이 발병하는지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위암을 유발하는 특이 유전요인을 찾기 위해 한국인 위암 환자 258명의 정상세포와 위암세포 검체 각각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다.
총 516개의 검체를 각각 방식을 달리해 두 번이나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일부 위암세포(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에선 4%, RNA 시퀸싱 분석에선 12%)에서 PWWP2B 단백질의 특이 발현(변이)을 확인했지만 정확한 기능이 규명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다시 해당 단백질의 변이가 일어난 8명(양성)과 일어나지 않은 17명(음성)의 위암 환자를 추려 정상세포와 위암세포 검체 각각에 대한 전장-액솜 유전체 분석을 시행했다.
이 분석은 체세포 유전자의 변이(돌연변이) 여부를 추론하는데, 이를 통해 '암유전자' 가능성을 판가름해볼 수 있다. 단순히 체세포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병일 경우 자손에게 유전하지 않지만, 변이로 발생한 질병이라면 유전자의 '표현형', 즉 일종의 기능에 해당하기에 유전이 가능하다.
암이란 정상세포의 유전자나 암 억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채 세포 분열을 반복하며 종양으로 발전하는 질병이다. 따라서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유전이 가능한 표현형이라면 '암유전자' 혹은 '암 유전요인'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 결과와 별도의 추가 실험을 통해 PWWP2B 단백질이 일종의 '암 억제 유전자'라는 점을 확인했다. 세포핵에 존재하면서 'UHRF1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데 이 핵심 효과가 '유전자(DNA 이중사슬) 손상 회복'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PWWP2B 단백질에 변이가 발생하면 우리 몸은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지 못하고 돌연변이가 축적돼 암, 특히 위암으로 발전한다는 의미다.
임상적으론 PWWP2B 단백질이 위암 환자의 생존기간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도 예상했다. 유전체 검사를 시행했던 위암 환자 중 PWWP2B 단백질 변이가 없었던 17명의 평균 생존기간은 58.6개월이었지만, 변이가 있던 8명은 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24.9개월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장대영 교수는 "향후 PWWP2B 단백질은 위암의 정밀 진단과 치료는 물론 예후를 예측하는 데도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홍태·김용환 교수는 "임상과 기초과학팀의 합동연구로 PWWP2B 단백질이 DNA 이중사슬 손상 복구를 돕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이번 결과는 위암 외에도 다양한 질환에 대한 후속 연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내용은 국제 학술지 '엠보 리포트(EMBO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