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식인데 왜 나만 살찌지?... 인구 40%가 ‘이것’ 때문

덴마크 연구팀 “에너지 추출 효율 높은 ‘장내 세균’ 주범”

다이어트 중인 여성
덴마크 사람의 40%는 음식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는 '장내 세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은 어떨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찔 수밖에 없도록 장내 미생물(장내 세균)이 구성돼 있는 사람들이 절반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과체중 남녀 85명의 대변 검체 에너지 함량을 분석했다. 참가자는 22~66세(평균 나이 52세)였고 여성이 62%를 차지했다. 연구 결과 똑같은 음식에서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도록 장내 미생물이 구성된 사람이 전체의 약 4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낮고 소화관을 통한 음식의 이동 시간이 훨씬 더 빨랐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찔 확률이 더 높았다.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대변에 남아 있는 잔류 에너지양은 당연히 더 적었다. 이들의 체중은 평균 약 9kg 더 많이 나갔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코펜하겐대 헨리크 로저 부교수(영양·운동 및 스포츠)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먹지 않거나 다른 것을 먹지 않는데도 살이 더 많이 찌는지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았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내 미생물은 대변 1g에 약 1000억 개나 된다. B형(Bacteroides), R형(Ruminococcaceae), P형(Prevotella)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은 B형에 속했다. 연구팀은 “에너지 추출에 매우 효과적인 B형 장내 미생물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같은 양의 음식에서 더 많은 칼로리를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입에서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직장까지 12~36시간의 여정을 거친다. 그동안 몸은 음식에서 영양분을 추출한다. 연구팀은 음식의 이동 시간이 길면 영양분을 많이 섭취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으나,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뽑아내는 B형 장내세균을 가진 사람의 음식 이동 속도가 가장 빠르고 이동 시간이 가장 짧았다.

이 연구 결과(Stool energy density is positively correlated to intestinal transit time and related to microbial enterotypes)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저널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회 포털 ‘유레카 얼럿’이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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