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 건망증, 정말 위험할 때는 언제?
몇 년 동안 항상 이용하던 길인데 갑자기 왼쪽으로 가야 하는지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지 기억하려고 애를 쓰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이게 단순히 건망증이 심해진 건지, 뇌 기능이 떨어진 건 아닌지 , 치매가 시작되는 건 아닌지 등 생각이 복잡해진다.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 뇌세포는 줄어든다. 뇌의 신경 세포들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다른 신경세포로 메시지를 보내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도 더 적게 저장한다. 모든 건망증이 나이 때문에 일어나지는 않는다. 피곤 불안 초조 등 사소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자꾸 깜빡깜빡하는 건망증이 위험해지는 때는 언제일까. 호주 온라인 과학 매체 ‘ScienceAlert’에서 소개했다.
건망증이 항상 문제는 아니다
어느 정도의 망각은 정상이다. 결함이 아닌 인간 기억 체계의 특징이다. 기억을 유지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며, 불필요한 정보가 너무 많으면 특정 기억을 불러오려고 할 때 속도가 느려지거나 방해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것을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항상 우리가 내리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뇌가 그 일을 하기도 한다. 우리 뇌는 사회적 정보(최근 가십거리)를 선호하며 추상적인 정보(숫자 등)는 쉽게 폐기한다.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때 문제가 된다. 왼쪽으로 가야 할 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 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왜 지금 운전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 심지어 운전하는 방법을 잊는 건 정상이 아니다.
기억 상실의 과정, 경도인지장애
노화로 인한 기억상실과 보다 우려해야 할 기억상실 사이에 경도인지장애가 있다. 장애의 정도는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기도 하고, 나아지기도 하며, 악화될 수도 있다. 다만, 경도인지장애가 있으면 치매와 같은 신경퇴행성질환 발병 위험이 약 3~5배 증가한다.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능력이 점차 영향을 받는다. 기억상실 외에도 언어, 사고, 의사결정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으면 자신의 건망증이 정상이 아니라는 우려를 확인시켜주고,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걱정도 많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잠재적 치료와 계획을 탐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길을 잃어버리면 위험 신호
길을 찾는 데 문제가 생기는 건 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인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지표로 여겨진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한 연구들에 따르면, 공간 환경에 대한 기억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영역이 알츠하이머병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다. 따라서 길을 잃는 일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면, 이는 보다 뚜렷하고 광범위한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일상적으로 겪는 건망증 증상은 지나치게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증상이 보다 두드러지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치료법이 없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미래를 계획하고, 더 표적화된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