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항생제 처방? "불필요한 검사·치료 말자"
의사들 자발적 참여, '현명한 선택' 권유 캠페인 벌여
환자: "요거, 요거, 요거 싹 다 검사해주세요."
의사: "저, 이거는 암 환자가 아니면 정확도가 떨어져요."
환자: "그런 거 나 잘 몰라요. 미리미리 해서 뭐 나쁠 거 있습니까?"
배우 손현주가 환자 역할을 맡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현명한 선택 캠페인' 영상 내용이다. 환자는 의사에게 건강검진 시 이것저것 다 검사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때 '미래의 나'(위 사진 오른쪽)가 환자에게 전화를 해 "필요 없는 검사는 하지마"라고 말하며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요청한다.
현명한 선택이란 무엇일까? 의료계가 정의하는 현명한 선택은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환자는 요구하지 않고 의사는 권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불필요한 검사는 필요 이상의 진료비용을 발생시키고, 건강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Choosing Wisely Campaign)은 의료공급자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이다. 2012년 4월 미국내과의사재단과 컨슈머리포트, 9개 의학전문학회가 이를 시작했는데, 과학적 성찰 없이 관행적으로 시행해온 검사나 처치, 새로운 지견으로 변화가 필요한 진료 등에 대한 리스트를 만드는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한림원 주관 하에 첫 현명한 선택 리스트가 개발됐고, 올해로 3회차가 됐다. 이번 캠페인에는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 8개 학회가 참여해 각각 5개 내외의 권고 항목을 마련했다.
감기와 같은 급성 상기도 감염은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효과가 없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감기 치료에 항생제가 사용돼왔다.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항생제 내성균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한가정의학회는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에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항목을 마련했다. ▲임상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권하지 않는다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전신화단층촬영을 권하지 않는다 ▲뇌동맥류, 뇌종양, 치매 등의 선별검사 목적으로 뇌 MRI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권하지 않는다 ▲적응증이 아닌 경우 포도당, 생리식염수, 아미노산 및 비타민 등을 함유한 수액제제를 주사하지 않는다 ▲외래에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 등의 생활습관병을 처음 진단했을 때 우선적으로 수주~수개월 동안 생활습관 개선을 시행한다는 리스트도 제안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세균에 의한 인후염 혹은 바이러스 감염 이후 이차적인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한 단순 상기도 감염에서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한다 ▲유효한 의사 결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단순 외상성 목 통증 환자에서 경추 CT 검사를 지양한다 ▲환자의 임상 증상과 경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소변 검사 처방은 최소화한다 ▲임상 경과를 확인하거나 진단 및 치료적인 목적을 제외하고 불필요한 도뇨관 삽입을 지양한다 ▲단순 복통 환자에서 일상적 검사를 위한 복부 엑스레이 처방을 최소화한다는 항목을 마련했다.
대한신경과학회는 ▲허혈뇌졸중 환자에서 예방적 항경련제 사용은 권고하지 않는다 ▲편두통 환자에게 마약성, 바비탈 약제를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효과적인 항경련제가 있다면 가임기 여성에게 발프로산을 사용하지 않는다 ▲증상이 없는 경동맥협착 환자에게 경동맥내막절제술이나 스텐트삽입술을 일반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 ▲약물과용두통의 위험을 고려해 편두통 급성기치료제를 월 10일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의 병력이 없는 성인에게 예방 목적의 일상적인 아스피린 사용은 권고하지 않는다 ▲금단 발작 환자에서 항경련제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다 ▲인지기능 및 부작용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 없이 치매 환자에게 일상적으로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를 처방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제안했다.
대한간학회가 마련한 리스트는 ▲말기 간암 환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완화의료/호스피스 이용을 권유한다 ▲만성 C형 간염 완치 이후 C형 간염 재감염의 위험인자가 없거나 간수치 이상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에는 반복적인 혈중 HCV RNA 검사는 권고되지 않는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복수천자, 내시경적 정맥류 결찰술 및 저위험의 침습적 시술에 앞서 응고장애의 교정을 위해 신선동결혈장, 비타민 K, 혈소판제를 일상적으로 투여하지 않는다 등 3가지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여러 동반 질병이 있고 기대 여명이 제한된 노쇠 노인에서 적극적인 강압 치료는 피한다 ▲혈압강하와 심혈관위험도 감소에 도움이 되는 생활요법을 권고해 주는 것을 간과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가정혈압 측정을 권고하고, 진료실 혈압수치만으로 혈압조절 상태를 평가하지 않는다 ▲혈압이 잘 조절되던 환자가 혈압이 오른 경우 혈압이 상승하는 상황/조건이 있는가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약 처방만을 변경하는 일은 피한다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에서라도 진료지침에서 권장한 기본검사를 1년마다 시행하지 않고 단지 약 처방만을 반복하는 일은 피한다 등을 제시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임상적 근거가 없다면 인공호흡기 이탈을 지연시키지 않는다 ▲배양 결과나 임상 증상이 없다면 광범위 항생제를 장기간 지속하지 않는다 ▲자발 호흡과 각성에 대한 매일의 평가 없이 기계환기 치료를 지속하지 않는다 ▲패혈증 환자에서 원인병소 제거를 지연시키지 않는다 ▲혈관 및 요로 카테터와 같은 침습적 장치는 가능한 빨리 제거한다는 리스트를 마련했다.
대한통증학회는 ▲방사통이 없는 축성의 요통, 흉추통, 경부통에 대해서는 근전도와 신경전도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 ▲회전근개 손상 평가 시에 초음파 검사 전에 MRI를 우선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비암성의 급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일차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충분한 다른 보존적 치료 없이 유착박리술이나 신경성형술 등과 같은 침습적 시술을 일차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이전 시술의 효과에 대한 평가 없이 반복적인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는 시행하지 않는다고 제안했다.
대한혈관외과학회는 ▲말초동맥질환: 중증 하지 허혈이 아닌 대부분의 혈관성 파행환자에 대해 일차적으로 침습적 처치를 하지 않는다. 발목-위팔 지수 등 비침습적 검사와 약물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복부대동맥류: 증상이 없는 대부분의 작은 복부대동맥류에서 혈관내 처치를 포함한 침습적 치료를 하지 않는다 ▲경동맥협착증: 증상이 없는 중증도 미만의 편측 경동맥협착증 환자에서 침습적 처치를 약물치료보다 우선하지 않는다 ▲하지정맥류: 증상이 없거나 대복재정맥 또는 소복재정맥 역류가 확인되지 않은 하지정맥류 환자에서 침습적 치료를 일차치료로 권하지 않는다 ▲심부정맥혈전증: 항응고치료 금기나 폐색전증 위험이 없는 하지 심부정맥혈전증 환자에서 폐색전증의 일차예방을 위해 대정맥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혈관통로: 투석에 문제가 없는 혈관통로에 대해 정기 검사로 초음파나 혈관조영술을 하지 않는다를 리스트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