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건, 5년 만에 최종 무죄 확정
"여론 의식한 추정만으로 의료인 처벌 안 돼"
이대목동병원 사건 재판이 5년 만에 마무리하며 관련 의료진 7명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책임자를 추궁해야 한다'는 여론을 앞세워 무리한 추론으로 의료진을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의료·법조계에 따르면, 15일 오전 대법원은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에 대해 검사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으로 기소된 의사 4명과 간호사 3명은 5년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대법원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무죄로 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 입원한 환아 4명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같은 날 몇 분 사이 연달아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격앙한 여론에 담당 주치의는 구속됐다. 사건 발생 4개월 후 검찰은 해당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장과 교수, 전공의, 간호사 등 관련 의료진 총 7명을 관리·감독 소홀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고 3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피고인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고 2022년 1월 서울고등법원 역시 원심(1심) 판결을 유지하며 무죄 판결을 번복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까지 의료진 유죄를 주장하는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 "추정만으로 의료인 처벌 안 돼"
재판부는 일관되게 검찰 측의 기소가 사실이 아닌 추론에 기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쟁점은 의료진이 피해자들에게 투여한 스모프리피드 약물을 분주(주사기에 적정용량씩 나눠 담음)하는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었다. 분주로 주사제 투여가 지연했고 세균 감염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는 기소장의 근거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사기 외에 다른 감염·오염 원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2심부터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선 이전에도 오랫동안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해 투여했고 백신이나 다른 약물 등의 분주 투여도 흔한 관행인 만큼 스모프리피드 주사기가 유일한 감염원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의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도 같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재판부는 검사 측이 기소 과정에서 책임 추궁을 요구하는 여론에 떠밀려 의료진에게 불리한 부분만 채택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의료계 "악영향 광범위... 늦었어도 바로잡아야"
의료계에선 이번 판결을 반기는 분위기다. 의료계는 해당 사건을 여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무리하게 의료진을 기소한 사건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재판 초기부터 기소된 의료진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당시 사건이 4명의 환아가 숨진 불행한 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기소는) 이후 상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에선 고의가 아니라면 의료진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이뤄지진 않는다"면서 "향후 재발 방지 대책과 합리적 해결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법적인 제도를 보강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의료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자칫 필수의료의 몰락을 가속화할 수 있기에 보다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차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모두에게 슬프고 안타까운 사고였지만, 그 슬픔이 의료진에 대한 분노로 투사돼선 안 된다"면서 "의료진 누구도 환자에게 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지만 구속까지 이어지면서 이후 소아청소년과, 그 중에서도 신생아 파트는 기피과 중에 기피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