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5만 원 벌어요" 붕괴 위기의 소아청소년과
개원병원은 폐업 위기, 대학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전전긍긍
저출산과 인구절벽이 가속화되면서 소아청소년과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한 소아과 개원의는 월 수익이 25만 원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25만 원 수익은 그나마 나은 형편"이라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버티다 폐업하는 의사들도 수없이 많다"고 말했다.
2017~2022년 5년간 폐원한 소아청소년과는 662곳이다. 매년 132개의 소청과가 사라지고 있다.
소청과 붕괴 위기는 개원가만의 이슈가 아니다. 3차 병원도 소청과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 2023년도 소청과 전공의 정원은 207명인데, 지원자는 33명에 불과했다. 무려 84.1%의 미달률을 보였다.
전공의 지원율이 80%를 보였던 2019년에도 이미 소청과 전공의들은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는 상황이었다. 대한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은 16일 열린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에서 "2019년 2월 1일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가 주당 110시간 일하다가 업무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최근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병상을 닫았다.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소아 진료체계는 이대로 무너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임 회장은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소아과에 위중한 소아 환자가 있어 119까지 출동해 아이를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며 "받아줄 병원이 계속 없다가 겨우 서울대병원에서 보내라는 연락이 왔다. 이런 재난 상황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은 국내 인구의 17%를 차지한다. 국민 6명 중 1명은 소아청소년이지만 이들이 아플 때 만날 수 있는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려면 전공의 지원이 늘어야하지만 당장 지원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소청과에 100% 지원할 것이란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최소 마지노선인 50%는 유지해야 앞으로 대가 이어질 수 있다"며 "나머지는 전문의 중심 진료로 가야 한다. 입원·응급전담전문의와 소청과 교수들이 함께 진료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국 수련병원 소청과 교수의 72%가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 때문에 잠깐 그런 것이라 생각했던 교수들이 이제는 더 버티기 어렵겠다는 걸 깨닫고 있다"며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소청과 교수들은 병원을 지키겠지만 가라앉기 전 대책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청과 의료인력이 줄어든다는 건 진료과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은 "인력 부족으로 소청과 교수들이 학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하이브리드 학회(온·오프라인 병행)를 요청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소청과 발전에 많은 저해가 된다"며 "소청과는 8개 분과로 세분화돼있는데 지금처럼 전공의 지망이 줄면 국민들이 전문화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질 좋은 진료를 점점 기대하기 어려워진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