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생존자, 악플에 무너졌다... "정신치료도 골든타임 존재"

치료 시기 놓치면 극단적 선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증상 표출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5일 오후 이태원 참사현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도 눈이 쌓이고 있다. [사진=뉴스1]
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고교생 A군이 지난 12일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 유족은 악성 댓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A군 유족은 지난 14일 MBC뉴스를 통해 "죽은 친구들을 모욕하는 댓글들에 굉장히 화를 냈다. 댓글을 보고 그냥 거기서 무너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친구들이 죽고 혼자 살았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악성 댓글이 심리적 지지대를 완전히 무너뜨린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A군은 12일 밤 11시 40분쯤 서울 마포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 가운데, 참사 한 달 반이 지난 시점 갑자기 목숨을 끊은 동기를 짐작할 수 있는 증언이 제기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성명을 통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들의 정신심리치료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치료가 지연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증상이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각하면 A군처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후속 관리가 중요하다.

의협 관계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갑자기 완치되지 않는다. 사건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잊는 것도 어렵다"며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이 함께 노력해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심리치료와 더불어 악성 댓글에 대한 엄격한 관리 역시 요구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타깃으로 한 악플에 대해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악플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리적 폭행이나 살인과 달리 악플이라는 '얼굴 없는 살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교육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한편, 이태원 참사 부상자나 유가족은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 본인이 희망할 땐 전문의료기관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협이 운영하는 진료연계센터를 통해 지원 및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에 등록된 대상자는 전액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의료기관 107곳이 참여 중이다.

상담전화 안내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문세영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