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희귀 유전병 진단 위해 신생아 유전자 검사 나서
내년부터 매년 10만 명 아기에 대해 200여개 유전 장애 진단
영국에서 내년부터 2년간 부모의 동의를 구한 경우에 한해 매년 신생아 10만 명의 ‘전체 게놈 염기서열 분석(WGS)’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영국의 BBC와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통해 약 200여 개의 희귀 유전 장애를 진단하는 대신 관련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이를 둘러싼 윤리적 논란도 예상된다.
태어날 때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질환은 최소 7000여 가지는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디. 영국 정부가 대상으로 삼은 200여개는 모두 치료 가능한 유전 질환이다.
매년 영국에서 이렇게 출생했을 때 WGS을 통해 진단 가능한 유전병을 갖고 태어나는 어린이가 3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중 겸상세포질환(SCD)과 낭포성 섬유증(CF) 등 9가지 유전 장애에 대해선 현재도 신생아의 뒤꿈치에서 뽑은 혈액검사로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선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비오틴 분해효소 결핍증’ 같은 다른 유전 장애는 증상이 천천히 발현돼 최종 진단을 받기 전까지 몇 년간 검사와 불안을 견디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희귀질환 유전체 프로젝트인 ‘지노믹스 잉글랜드’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리차드 스콧 박사는 “희귀한 유전 장애의 평균 진단 시간은 약 5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간이 가족에겐 시련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고 보건체계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영국의 국가의료보험체계인 국민건강서비스(NHS)는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한편 갓 태어난 아기의 유전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 것인지 또 그에 따르는 비용부담은 얼마나 될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신생아 게놈 프로젝트’를 시험 운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의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부모의 자발적 동의가 필요하다.
난임 시술과 유전질환 치료를 돕는 영국의 독립의료재단인 진보교육신탁(PET)의 사라 노크로스 이사는 “신생아 게놈의 도전적 문제는 그것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동행하게 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집된 데이터가 합의된 방식으로만 명시된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신생아의 유전정보는 익명 처리된 파일로 저장되며 명시적 목적으로만 활용될 예정이다. 거기에는 유전정보의 접근권을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의식조사까지 포함된다. 예를 들어 성인이 돼 암에 걸릴 경우 그 진단과 치료를 돕기 위해 저장된 유전정보를 사용하게 할 것인가 말 것인가와 같은 것이다.
올해 초 PET가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인의 57%는 유전자 데이터를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되 그에 대한 접근이 지정된 개인 및 의료진에게만 허용하는 것을 지지했다. 이에 반대한 영국인은 12%에 그쳤다.
더 민감한 사안은 이 유전자 정보에 경찰을 포함한 정부당국의 접근 허용 여부였다. 이에 대한 지지율은 40%였으며 반대율은 25%나 됐다. 노크로스 이사는 지노믹스 영국이 게놈 데이터에 대한 연구 접근을 제공하기 위한 좋은 안전장치를 갖추고는 있지만 “결코 완전히 안전할 순 없다”고 말했다.
스콧 박사는 이 실험의 목적이 신생아 WGS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의 손익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에 대한 국민여론을 묻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무엇인지, 올바른 안전장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국가적 공동견해를 신중하게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국 가이스&세인트 토마스 영국국가보건서비스 파운데이션 트러스트의 프랜시스 플린터 명예교수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과학과 윤리가 모두 준비되기 전에 이 기술을 서둘러 적용해선 안 된다”면서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선 여전히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