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 항호르몬제 복용해도 우울증 위험 없다"
윤창익 서울성모병원 교수, 유방암환자 1만1000여명 14년간 대규모 연구
유방암 환자가 재발을 줄이기 위해 항호르몬제를 복용해도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창익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유방외과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이용해 유방암 수술환자에서 항호르몬 치료에 따른 우울증의 발생 및 자살위험에 대한 평가를 14년간 연구한 결과,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약 복용에 따른 우울증은 약 복용의 순응도를 낮추며 생존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중 1위이다. 실제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남녀 포함 2019년 국내에서 신규로 발생한 암 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암이다. 유방암 재발을 낮추기 위해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는 항호르몬 약을 복용하는데, 이 때 환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우울감이다.
이전 연구들에서 항호르몬제를 복용할 경우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국내 여성 유방암 수술 환자를 조사한 결과, 약 복용에 따른 우울증 진단, 우울증 약 처방, 자살 건수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내에서 실제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항호르몬 치료와 유방암 수술 환자의 우울증 간의 상관관계를 장기간 대규모로 분석한 첫 연구다.
연구팀은 항호르몬제와의 관련성을 보기 위해, 실제 항호르몬제를 복용한 환자 1만1109명과 복용하지 않은 환자 6615명을 변수 보정 전과 후로 나누어 연구했다. 그 결과, 우울증 진단 및 자살위험 모두 복용 유무에 따른 우울증 발생 위험의 통계적 차이는 없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대표적인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이용해 증식하는 유방암이다. 유방암을 수술하고 수술 후 유방암의 재발을 줄이기 위해 5~10년 동안 호르몬을 억제하는 치료는 현재 표준치료이다. 이러한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70~80%를 차지하며, 조직검사로 확인한다.
호르몬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자주 재발하는 유방암의 재발율을 1/3 감소시킨다는 점이다. 항암 치료보다 호르몬 치료가 삶의 질 측면에서 더 좋다. 수술 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호르몬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합하기도 하므로, 주치의와 상의하며 환자 본인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 교수는 “유방암에서 재발율을 줄이기 위해 항호르몬제의 규칙적인 복용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의・과학 출판사 ‘프론티어’(Frotiers Media SA)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온코로지’(Frontiers in Oncology)(Impact Factor 5.738) 9월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