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의 생존률 높여주는 새 치료법 등장?
HER2 양성 유방암의 재발과 전이 막는데 2~4배 효과
난치성 유방암 치료제로 최근 각광받는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T-DXd‧미국 제품명 Enhertu)이 2개의 임상시험에서 암의 진행을 기존 치료법에 비해 2~4배 길게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4~8일(이하 현지 시간) 열린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SABCS)’ 연례 회의에서 이 치료법의 임상시험 결과를 소개한 2개의 개별 발표를 종합해 건강의학 웹진 ‘헬스데이’가 8일 보도한 내용이다.
T-DXd는 'HER2‘(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 유방암 표적 치료제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받았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암세포의 성장 촉진 신호를 전달하는 HER2 수용체가 과잉 발현될 때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전체 유방암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다른 유방암 대비 항암제와 화학 치료가 잘 듣지 않고 재발과 전이도 잦다.
T-DXd는 트라스투주맙이라는 항체와 데룩스테칸이라는 화학약물을 결합했다. 트라스투주맙은 유방암 종양의 HER2 수용체와 결합하여 암 성장을 촉진하는 이 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한다. 또 암세포를 죽이는 데룩스테칸을 종양 세포로 직접 유도한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게펜의대의 새라 허비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524명의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삼았다. 무작위로 나눠 한 그룹은 T-DXd 치료를 받게 하고 다른 그룹은 트라스투주맙 엠탄신(T-DM1‧제품명 카드실라)이라는 다른 항체 약물로 치료받게 했다.
그 결과, T-DXd 처방그룹에선 5명 중 1명(21%) 꼴로 암이 재발하지 않은 반면 T-DM1 처방그룹에서는 10%만이 암이 재발하지 않았다. 또 T-DXd에 대해 78% 이상이 약효를 보였으나 T-DM1에 대해 약효를 보인 비율은 35%밖에 되지 않았다.
T-DXd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무진행생존기간(PFS‧암세포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은 평균 29개월가량을 기록했다. 이는 T-DM1 치료를 받은 환자의 평균 PFS인 7개월의 약 4배나 길다.
허비츠 교수는 T-DXd 처방그룹이 T-DM1 처방그룹보다 전반적인 사망 위험이 36% 낮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결과는 전체 생존기간(OS)과 PFS에서 주목할 이점을 보여주며 T-DXd를 표준 치료법으로 확고히 위치시킨다“고 말했다.
T-DXd의 치료 효과는 예일대 암센터의 임상연구책임자인 이안 크롭 박사가 이끄는 또 다른 임상시험에서도 검증됐다. 연구진은 T-DM1 치료 후 유방암이 계속 증가한 600명 이상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 3분의 2는 T-DXd로 치료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화학요법으로 치료한 뒤 비교했다.
그 결과, 화학요법그룹에 비해 T-DXd 치료그룹이 사망하거나 암이 계속 전이될 가능성이 64% 낮았다. T-DXd그룹의 평균 PFS는 거의 18개월로 화학요법그룹의 7개월에 비해 2배 이상 길었다. OS도 화학요법그룹이 26개월인 것에 비해 T-DXd그룹은 평균 39개월로 상당히 길었다. 암세포가 사라진 경우는 화학요법그룹에선 5%였지만 T-DXd그룹에선 약 14%가 나왔다. 크롭 박사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T-DXd의 위해성 대비 유익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임상시험”이라고 말했다.
두 실험에서 T-DXd의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폐에 염증이나 흉터가 생기는 폐 손상이었다. 크롭 박사의 임상시험에서 약 6%가 폐렴, 3%가 폐 흉터가 발생했다. 허비츠 교수의 임상시험에선 약 15%가 폐렴이나 폐흉터가 생겼다.
허비츠 교수는 “이 약물이 왜 폐에 이런 부작용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암이 폐로 전이된 결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T-DXd로 치료할 경우엔 환자의 폐 CT스캔을 계속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며 ”1년 넘게 치료받은 환자도 폐 손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학 회의에서 제시된 결과는 동료 검토 저널에 발표될 때까지 예비적인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