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2리터 섭취? 화장실만 더 많이 가"
연구진 "건강에 실질적 이득 없어"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 물 2L(리터)를 마시라는 조언은 오래됐다. 이는 적절한 권장 사항이 아니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현지시간) 재차 보도했다.
하루 2L(약 8잔) 물을 마셔야 한다는 속설이 잘못됐다는 보도는 여러 차례 나왔지만, 여전히 인터넷에는 하루 2L를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는 정보들이 떠돌아다닌다.
하루에 8잔의 물을 마시라는 조언은 1945년 미국 국립연구위원회 식품영양위원회(Food and Nutrition Board)에서 성인에게 매일 8잔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권장 사항에서 비롯됐다. 이는 모든 음식과 음료를 포함한 일일 총 섭취량이 기준이다. 이를 사람들이 매일 '물만' 8잔 마셔야 한다는 의미로 잘못 해석한 것이다.
이후 여러 연구가 하루 물 2L를 마시는 것이 건강에 특별한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가 여러 차례 나왔다.
이번에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에게 하루에 물을 2L나 마실 필요가 전혀 없다. 음식과 커피, 차와 같은 다른 음료에서 얻는 모든 물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은 사람마다 다르며 연령, 성별, 체격, 신체 활동 수준 및 거주하는 기후와 같은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물 섭취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듀크대의 진화 인류학과 글로벌 보건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허만 폰처 교수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에 8잔의 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실질적인 이점이 없으며, 딱히 위험한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폰처 교수는 "하루에 8잔의 물을 마시는 것이 별다른 차이를 만들어 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화장실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뿐이다"고 설명했다.
연구진들은 널리 알려진 하루 물 2L의 속설이 전혀 과학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883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는 일상적으로 매일 6잔 미만의 물을 마신 227명은 전혀 탈수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미국에 비해 과일, 채소 섭취량이 많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수분량이 많다.
지난 2020년 한국영양학회는 남자의 경우 청소년기부터 74세까지는 하루 900mL 이상, 여성의 경우 600~800mL 정도의 물을 섭취하면 충분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일부 질환을 가진 이들에게 과도한 물 섭취가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간경화, 신부전증, 심부전증과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수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합병증을 얻을 위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