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임상시험 중단 속출…원인은 '자금난'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여파…일부 기업 구조조정 상황도 직면
경기 침체로 제약 바이오 분야 투자에 한파가 몰아지면서 진행 중인 임상 시험의 중단 및 철회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을 공개하면서 VC(벤쳐 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온 바이오업계는 '임상 중단 → 투자악화 → 자금경색‘이란 악순환에 빠져 일부 기업은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6일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GEN-001’의 고형암 환자 대상 임상 1·1b상 시험을 조기 종료한다고 밝혔다. 임상시험 운영의 효율화 및 개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GEN-001은 위암 대상 임상2상에 집중하고 고형암 대상 임상1/1b상은 조기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앞서 메드팩토는 지난 5월 진행성 데스모이드 종양(공격성 섬유종증)에서 이매티닙 단독요법 대비 백토서팁 및 이매티닙 병용요법 비교시험 (MP-VAC-206)을 자진 철회한다고 공시한 적이 있다.
메드팩토는 "지난해 11월 23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진행성 데스모이드 종양(공격성 섬유종증)에 대한 임상2상을 승인받았지만 임상환자 모집 및 투약을 실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회사 역량을 조기 상용화가 가능한 암종의 임상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수정하여 백토서팁 임상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제넥신이 COVID-19 예방 DNA 백신 GX-19N의 2/3상 임상시험 자진 철회 결정했고,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신종코로나-19 바이러스 (SARS-CoV-2) 감염병 치료제 후보물질 'Ivaltinostat'에 대한 국내2상 임상시험계획(IND) 자진 취하 신청했다.
임상시험 효율화와 상용화 가능한 품목에 집중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중단·철회했다는 게 이들 기업들의 설명이지만, 제약바이오업계 투자 한파로 인한 자금난과 돈맥경화 등이 주요인인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10% 미만이다"며 "임상시험 및 품목허가 과정에서 기대에 상응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또 자금 사정에 따라 상업화 계획을 변경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상장기업들이 자금 사정으로 임상시험을 중단하는 사태가 기반이 허약한 바이오벤처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적지 않은 바이오기업들은 진행중인 임상시험을 중단한 상황이며, 일부는 자금압박으로 직원들을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