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암에 걸렸을 때, 몸과 마음을 ‘간병’할 사람은?

[김용의 헬스앤]

암은 혼자 짊어지기에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과 함께 나눠 가지면 한결 가벼울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에 걸리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마주한다. 왜 내가 암에 걸렸을까?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을까? 남은 가족들은? 직장 생활은 이제 힘들겠지... 온갖 생각으로 불면의 밤을 보낸다. 자책, 포기, 순응, 생존 의지 등 여러 상념에 잠기다가 치료에 들어가게 된다.

주위 3명 중 1명이 암 환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기대수명인 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약 38%(국가암등록통계)나 된다. 지금도 병원에 가면 암 환자가 넘쳐난다. 암은 이제 ‘흔한’ 병이 됐지만 여전히 ‘암은 암’이다. 두렵고 무서운 병이다. 다른 위중한 병도 있지만 ‘암’이란 말이 주는 어감은 아직도 특별하다.

암 환자들은 몸이 아픈 것도 힘들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더 괴롭다. 특히 암 진단 초기 공통적으로 두려움, 불안감에 휩싸인다. 치료 과정에서도 재발에 대한 걱정, 죽을 수 있다는 절망감이 엄습한다. 암을 늦게 발견한 경우 치료가 더 어렵고 고통스럽다.

자유롭게 ‘싱글 라이프’를 즐기던 사람도 아프면 ‘독신’의 처지를 후회한다. 늙은 어머니나 형제, 자매가 장기간 간병을 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거동마저 불편해지면 전문 간병인을 고용해야 한다.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 암을 늦게 발견하면 건강보험이 안 되는 비싼 약까지 써야 한다. 힘들게 장만한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암 환자는 감정의 기복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 다스리기’를 잘 해야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장기간 병상에 누워 있으면 ‘가까운 사람’에 대한 존재가 더욱 절실하다.

의사와 면담할 때도 환자는 의사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중요한 정보를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의사와 치료를 의논할 때는 ‘가까운 사람’이 동행하는 게 좋다. 두 사람이 들어서 확실히 알아 두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쉽게 대처할 수 있다. 암 치료 과정에서는 가까운 사람, 특히 서로 존중하고 믿는 사람에게는 걱정거리들을 비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암은 치료 기간이 길다. 퇴원해도 상당한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입원 초기에는 서로를 위로하고 다정했던 가족들도 치료 기간이 몇 달이 넘어가면 위안이 되는 말보다 상처 주는 말들을 쉽게 하는 경우가 있다. 몸이 힘든 환자는 짜증을 쉽게 내고 간병에 지친 가족들도 참지 못하고 맞대응한다. 암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불안감, 두려움 등 정서적 어려움을 느낀다. ‘암’이라는 질병이 가족관계의 장벽으로 새롭게 돌출하는 것이다.

환자는 암에 걸렸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병의 경과와 치료에 따르는 고통이나 불편함 때문에 극심한 불안감과 우울,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환자도 곁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거친 생각만 표출하지 말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픈 자신만큼 간병하는 사람의 고통도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족도 환자의 성격이 크게 변했다면 우울증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우울이나 불안감이 높다면 의사나 간호사의 도움을 받고, 경우에 따라 약물 처방도 받아야 한다.

환자, 가족 모두 좁은 병실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병원이나 인터넷의 암환자 모임 등에 참여해서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이다. 암 경험자의 조언 등 활용 가능한 목록을 만들고, 검증된 것을 골라서 실천해 볼 수 있다. 암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암의 정체와 치료법에 대해 알면 환자 가족이 느끼는 두려움은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의사, 간호사와 대화할 때 이해가 빠르다. 또 잘못된 정보에도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 암에 대한 기사나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가장 최신 내용을 선택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거나 상업적 목적의 잘못된 정보들도 섞여 있어 환자와 가족들이 신체적,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암이라는 병은 혼자 짊어지기에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과 함께 나눠 가지면 한결 가벼울 수 있다. 환자는 자신의 심정과 기분을 간병하는 사람에게 자주 이야기해야 한다. 비슷한 치료 과정을 경험한 다른 암환자와 대화하는 것도 좋다. 고통은 나누면 적어진다.

환자가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때 가족과 친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환자의 상황과 감정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 한다. 짜증 섞인 환자의 생각과 기분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지 말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는 ‘이 사람에게 나는 의미 있는 존재로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암은 전염되는 병이 아니다. 환자와 늘 함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암 치료 과정을 어렵고 긴 항해와 비유하면 ‘선장’은 배우자, 가족이 될 수 있다. 암 환자는 몸과 마음이 다 아픈 약자임을 명심하자. 암과 싸우는 여정은 크고 작은 망설임들의 연속이다. 환자와 가족은 고비 때마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내가 아프면 누가 선장의 역할을 할까? 암 환자가 되면 가족의 소중함, 피붙이의 그리움,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의 존재가 절실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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